검사하기 싫어요
초등학교에 입학해 처음 학교에 간 아이는 첫 3일 동안은 등교 전에 코로나 진단 키트로 검사를 했다. 그리고 입학식 다음주부터는 일주일에 두 번 진단 키트 검사를 한 후 학교에 간다.
학교 재미있어요.
엄마의 태산같던 걱정이 무색하게 아이는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한다. 학교 가기 전에는 '학교가면 의젓해야 한다', '학교가서도 이렇게 말 안 들으면 선생님한테 혼난다', '이제 학생이 되니까 더 잘 해야 한다'는 말을 계속 듣다보니 살짝 겁도 났었을 테다. 그런데 막상 학교를 다니다 보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보다 머무는 시간도 적고, 1학년이라 특별히 하는 것도 없다. 수업도 창의적 체험학습(창체)이라 해서 노래 부르고, 그림 그리고 같이 아이들이 즐거워할 만한 것들 뿐이다.
하지만 나중엔 더 힘들어질망정 당장엔 너무 재밌는 학교에 가는 데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정말 창피할 정도로 큰 소리를 내지르며 학교를 향해 뛰어가는 씩씩한 우리 딸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 나에게 한 말이 마음을 묵직하게 한다.
검사하기 싫어요.
처음엔 뭘 말하는지 어리둥절했다. 학교에서 무슨 검사를 하나 싶어 '무슨 검사?'라고 되물으니 '코 찌르는 거'란다. 아.. 진단키트. '학교에 가면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며 달래 재웠지만 언제까지 발버둥치는 아이를 붙들고 코로나 검사를 한 뒤 등교를 해야 하는지 걱정이 된다.
그냥 대충 검사해서 보내라는 사람들도 있고, 했다고 하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러고 싶진 않다. 제대로 안 하면 내 아이의 건강도, 친구들, 선생님의 건강도 위협할 수 있다. 게다가 제대로 안 쓰면 쓰레기에 불과할 진단키트의 쓰임이 아깝기도 하다.
진단키트라는 장치라도 해서 안전을 확보하려는 노력에 동감한다. 다만, 코로나 상황이 좀 더 나아져서 아이의 코를 덜 찌르는, 혹은 아예 검사 없이도 자유롭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날들이 어서 빨리 돌아오길 바란다. 쉬는 시간 5분, 놀이시간 취소, 칸막이 책상 등의 환경에서 벗어나 마스크 없이 해맑게 웃는 모습으로 친구들과 뛰노는 우리 아이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