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딸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할 때부터 반 친구들이 번갈아가며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한 달이 다 되도록 반 친구 모두와 함께 자리하는 날이 없었다. 이런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 학년, 학기, 반, 친구 선생님, 숙제, 수업 등 학교에 대해 익숙해 지고 있다.
그런 우리 아이가 어제 학교운동회를 했다. 나는 1학년 엄마라 이번 운동회가 3년 만에 열린 소중한 운동회라는 걸 들어서 알게 되었다. 1학년도, 2학년도, 3학년도 운동회가 처음이라는 의미였다. 학부모들에게도 참석이 가능하다는 알림이 왔다. 코로나 상황을 반영하여 아이들과 분리하여 학부모 응원석을 별도로 마련하겠다는 말에 처음엔 참석의 의미가 있을까 싶어 가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평소 친하게 지내던 같은 반 친구 엄마에게 물었더니 함께 참석하자고 권유해줬다.
내 초등학생 시절 운동회가 떠오른다. 집안에 있는 초등학생들을 위해 부모님을 비롯해 온가족이 총출동해 학교 운동장 한켠에 돗자리를 깔고, 운동회 내내 아이도 먹이고 어른들도 먹을 음식 보따리를 꺼낸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아직 없는 옆집 새댁이모도 오고, 중고등학생을 키우는 동네 아주머니들도 구경삼아 학교에 발걸음을 했다. 때때로 경기를 뛰고 온 아이에게 부채질도 해 주고, 먹을 것도 챙겨주며 온 동네 사람들이 학교 운동회를 즐겼다. 간혹 빨간 안경 쓴 아저씨와 함께 뛰기, 파란 바지 입은 아주머니 찾아오기 같은 미션이 경기의 일종이 되기도 하고, 어른들과 아이들이 어우러져 계주를 펼치기도 했다. 그리고 운동회 내내 김밥이며 과자를 주워 먹었지만, 왠일인지 허기진 배를 잡고 가족들과 함께 학교 앞 짜장면집으로 향했다. 탕수육이라도 추가로 시켜주면 좋았고, 짜장면 한 그릇이라도 그대로 좋은 시간이었다.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온 몸이 쑤시고, 목이 쉬었어도 운동회가 기대돼서 전날 잠 못 들었던 건 이러한 최초의 기억 때문이었으리라.
내 어린시절의 운동회와는 다른 풍경이었지만, 아이의 운동회 역시 즐거웠다. 기대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기에 그랬을까. 때론 학년별로, 때론 저학년, 고학년별로 경기가 이루어지는 동안 운동장을 오가는 내 아이에게'엄마 여깄어.' '힘내라' 말하며 손을 흔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마스크를 쓰고 뛰는 아이들이 안쓰럽지만, 그 모습마저도 텅 빈 운동장보다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자유분방한 모습이었다. 이제 막 학교에 적응하는 어린이들이 기를 쓰고 이겨보겠다고 잰 걸음으로 달리기를 할 때는 왈칵 눈물이 솟기도 했다. 그 순수한 열망을 느끼고 즐거운 응원소리를 들으며 우리 아이의 커 가는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옛날같이 함께 어우러져 시간을 보낼 수 없으리라 생각해 학부모의 참석이 저조하리라는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운동장 한 쪽 벽면을 이용해 학교에서 준비해 준 학부모 응원석 뿐만 아니라 운동장을 빙 둘러 가장자리 대부분의 공간을 삼삼오오 모여든 학생 가족들이 차지했다. 내 아이의 모습을 쫓기도 하고, 청백으로 나뉜 아이의 팀을 응원하기도 한다. 아이 둘이 서로 다른 팀인 엄마는 난감해 하면서 두 팀 다 응원하기도 하고, 누가 이기든 함성과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떠들썩한 말소리와 함성이 끊이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었던 과거의 내 자신을 크게 질책하며 '안 갔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생각이 가득했던 날이었다.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아이들은 각자의 교실로 돌아가 급식으로 식사를 했다. 학교를 찾은 학부모들은 신청자에 한해서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학교 견학을 하든, 각자 집으로 돌아가 나머지 활동이 남은 아이들을 기다리게 됐다.
운동회가 열린 3시간 남짓의 오전 시간 이외의 일과는 평소와 다름 없이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은 어제 외식을 했다.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중국음식점에 가서 탕수육과 짜장면을 시켜 놓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