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헤니 Heny Kim Nov 03. 2020

12화, 한 잔의 핫 초컬릿

이리저리 헤맨 사람의 레시피



12 레이캬비크  초콜릿.

학교 친구였던 E 아이슬란드인이다. 그와 나는 수업이 끝나면 같이 밥을 먹고 수업이 없는 날엔 서로의 집에서 만나 함께 과제를 하거나 차와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던 사이다. 학교의 새학기가  시작되었을 당시 새롭게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우리가 어디에서, 어쩌다 앙굴렘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물었는데 그가 자신은 아이슬란드에서 왔다고 말하면 어김없이 모두가 흥분해서 “, 아이슬란드! 언젠가  가보고 싶은 곳이야!”라며 환호했었기 때문에 괜히 옆에 있던 나는 김이 새서 “다들 아이슬란드를  저렇게 좋아하는거야?” 라며 그에게 퉁명스레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녀는 채식주의자이다. 채식주의자라면서 매일 스페큘로스, 오레오, 슈가 스프링클이 뿌려진 도넛,  초콜릿만 마시는 그녀가 못마땅했던 나는 같이 밥을 먹다가 “ 좋은 기분을 유지하고 싶으면 설탕부터 줄여야 할거야.” 라며 잔소리를 하곤 했었다. 그럴때면 그녀는 “어휴, 다시는 요리사 친구를 사귀지 않을거야!” 라며 집어 들었던 과자를 마저 꺼내고 선반을 !하고 닫긴 했지만, 1년이 지날  즈음엔 몇가지 요리를   있게 되었으니 요리사 친구가 있는   괜찮은 일인  같다.

그는 내가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진짜 엘프의 존재를 믿어?” 하고 물으면 빨개진 얼굴로 “우리는 자연을 존중해! 하지만 네가 말하고 싶어하는 그런 것과는 달라!”하고 대답했지만  세상에 엘프 같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결코 하지 않았다.  번은 그가 한글의 모양에 매혹되었다고, 언젠가는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며 들뜬 얼굴로 “너희 나라에선 정말 바닥에서 잠을 자기도 ?”라고 물어서, 나는 엘프 얘기라도 들은마냥 “그으럼하고 답해주었던 일이 생각난다.

E 인해 새로이 알게된 사실  하나는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의 시장이 아주 매우  생겼다는 것이다. 그녀는 퀴어이지만 그가  생겼다는  알아볼  있는 눈은 따로 가지고 있다며 그의 얘기를 자주했는데, 잘생긴 시장으로 시작해 이것저것 비교해보기 시작한 우리는  가지의 기묘한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이슬란드는 한국의 실제 면적과 거의 비슷한 국토 면적을 가지고 있는데, 인구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부산시 사하구의 구민 수와 36만명 전후로 거의 비슷하다는 . 2018 당시 아이슬란드의 화폐인 크로나의 환율이 한국과 10크로나에 100원이었어서 가게에서 물건을   끝에 0 하나  붙이면 쉽게 가격을 환산할  있었다는 .

일년  가장  명절인 크리스마스 시즌에 방문했던 아이슬란드는  달리 환상이 없었던 나에게도 동화같은 곳이었다. 공항으로 마중나온 그의 아버지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아저씨의 이름이 너무 어려워 기억이  나는데 뭐라고 부르면  상황을 빠져 나갈  있을까?’ 고민하면서 회색 도요타 픽업 트럭을 타고 그들의 집으로 향했다. 하루  해가  있는 시간이 고작 4-5시간으로 일년  가장 짧아지는 크리스마스 직전의 레이캬비크를 밝히기 위해 도시의 모든 집들이 밝은 조명으로 건물의 외부를 장식하고 있었고, 거리의 나무들이 그림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정확하게 대칭을 이루고 있는 모습에 마치 이야기 속에 들어온  같은 기분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의 집에 도착해 문을 열고 나온 그의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안으로 들어서자 벽에 걸린 세계 각국의 시간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짐을 풀고 어둑한 주방으로 들어서니 노란 촛불이 켜진 커다란 식탁위에 설탕에 조린 사과로 만든 파이와 초콜릿 칩을 넣고 구운 비스코티가 낮은 유리잔에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의 어머니가 뜨거운 커피, 가볍게 휘핑한 크림과 함께 뜨겁고 짙은 초컬릿을 내어 주셨을  그제서야 나는  그가 그렇게  초콜릿을 자주 마셨는지   같았다.

E 퀴어queer이고 그녀she, he 불리는 것으로 정의되지 않는 그들they이다.
그날 마신  초콜릿과 환대의 맛을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E 엄마가 

새까만 초콜렛에 새하얀 우유를 섞어

약한 불에 끓여 뜨거운 초콜렛을 만든다.

우리가 절반은 악마, 절반은 천사라는 

어쩌면 그것은 비밀도 아니다.


“...잔인한 동화들이 어떻게 쓰여졌다고 생각해?”

 앞에 놓인 컵에

검게 윤이나는 초콜릿을 가득 따르고

가볍게 휘핑한 생크림을  스푼 듬뿍 떠서 올린다.

뜨거운 초콜릿에 차가운 크림이 녹아드는 


- - 저어 섞는다.

달콤하고   모금을 잠시  안에 머금었다가 

꿀꺽,

하고 어둠을 삼킨다.




작가의 이전글 11화, 감자전-하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