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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헤니 Heny Kim Nov 03. 2020

13화, 두번 굽는 비스코티

이리저리 헤맨 사람의 레시피





레이캬비크 케플라비크 공항에 도착해서 처음 생각한 것은 아이슬란드의 12월이 서울의 겨울만큼 춥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기후 변화 때문에 작년 겨울은 그렇게 춥지 않았지만, 파리의 주방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 아이슬란드와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스웨덴에서  K 순천에서  여자친구가 있어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역시 서울의 칼바람이 얼마나 혹독한지에 관해 얘기하면서  추위에 대해선 다시는 생각도 하기 싫다는  양팔로 몸을 감싸며 부르르 떠는 모습을 보였으니, 서울의 겨울이 정말 춥기는 추운가 보다.

첫날은 그들의 집에서 함께, 둘째 날부터는 그들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구 스튜디오  에어비앤비 숙소로 운영되는 KIMI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있었다. 아침이 되어 눈을 떠도 밖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낮의 밤은 푸르렀고 어두운 외부를 밝히기 위해 집집마다 바깥으로 빛나는 장식을 놓았기에, 해가 없는 데도 한밤중이라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처음 도착한  식탁에서  보았던 비스코티를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숙소의 테이블 위엔 비스코티가 가득 놓여 있었는데, 내가 무언갈 좋아한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잔뜩 받았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E에게 잔소리하던 순간을 떠올리고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면서,  알맞게 구워진 비스코티가 입속에서 기분 좋게 부서지는  느끼며 남아있는 비스코티를 이틀에 걸쳐 전부  야금야금 먹어 치웠다.

아이슬란드의 크리스마스 고양이(The yule cat) 사람을 잡아먹는 트롤 부부가 키우는 고양이다. 그들은 못되고 말을  듣는 아이들을 잡아다 커다란 솥에 끓여 잡아먹는데 그들의 고양이 역시 사람의 맛을 좋아한다. 거대하고 사악한  고양이는 착한 아이, 못된 아이를 가리지 않는데 잔인하게도 그중  옷을 하나도 선물받지 못한 아이들만을 잡아 먹는다. 시내의 광장에는  고양이의 커다란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발톱이 뾰족한 고양이의  앞에 세워두고 즐거워하며 사진을 찍었다. 아이는 적어도 양말  켤레,  옷을 선물받은 것이다.

둘째  저녁에 우리는 E 어머니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요리법대로 만든 양고기 요리를 먹었다. 채식주의자인 E 전날 내게 배운 두부 동그랑땡을 만들어 먹었다. 내가 고양이를 키운다는 이야길 들은 E 어머니는 나의 고양이가  밖으로 자유롭게 외출하며 살고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녀가 처음으로 떠올린 질문이 고양이의 자유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 나는 좋았다. 서울 같은 도시에선 사람도, 자동차도 너무 많아서 키우는 고양이를 외출시킬 일이 거의 없지만 말이다.

  명의 산타가 마을을 방문하는 동안 크리스마스 축제가 이어지는 도시에서, 나는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케이크를 사서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하던 엄마가 있는 집을 그리워했다.




E,

자신이 천사의 편이라고 믿는 것의 나쁜 점은 

 악역을 필요로 한다는  있는  같아.

나는 밖으로 나가 차가운 공기를 코로 잔뜩 들이키며 걸었어.


내가 너를 화나게 했던 

네가 나에게 오늘은 왠지 교수님이 화가  있었다고 말했을 

나는 그때 사실 화가 났던 사람은 너였다는  알아챘어.

내가 너에게 나의 약한 면들을 비추어보았던 것처럼 말이야.


우리는 아이들이 되니까.

눈앞의 네가 나를 비추는 거울이 아닌 나만큼의 나라는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때려 놓고 자기가 맞았다고, 맞아 놓고 자기가 때렸다고 착각하기도 하니까.


내가 누군가에게 듣고 상처 입었던 말을

그대로 다른 누군가에게 하고 있는  발견할 ,

나는 내가 아주 좁은 마음의 소유자인 것처럼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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