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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헤니 Heny Kim Nov 27. 2020

14화, 시나몬롤 아닌 스누두르

이리저리 헤맨 사람의 레시피





E 언어에 관심이 많았고 멀지 않은 미래에 아이슬란드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E  친구들과 함께 나눠 먹을 빵을 구워왔는데, 요리에 별로 관심이 없던 그의 첫번째 시도였다. 발효가  되어 작고 단단하게 완성된  빵의 맛을   “이거 시나몬 롤이야?”하고 내가 물으니 E 다시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Snúður!” “...스누들?” 스누두르! 스누두르가 뭐냐면, 조금  크고 납작한 시나몬 롤이다. E 스누두르의 자리를 시나몬 롤이 채어갔다고 생각하는  같았다. 나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있잖아, 해마다 카페의 메뉴들이 바뀌어 가는     살펴봐봐. 같은 재료로 만든 모양이 조금 다른 음식을 가지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이름을 붙여서 팔잖아. 파리나 뉴욕의 카페에서 시나몬 롤을 스누두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 금새 유행을 타기 시작해서 전세계의 다른 카페들도 시나몬 롤의 이름을 지우고 스누두르를 팔게되는 날이 올지도 몰라. 네가   시작해 보면 어때?

당시의 나는 내가 어른이라거나,   어른스럽고 싶다는 말을 습관처럼 했었다. 서울의 여자 친구들이 자신의 일을 성취하기 위해 달려가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경로를 변경해 만화를 배우겠다며 서른살에 학교를 다니기로 했던게 잘못  결정은 아니었을까  불안했었다. 일년 내내 만화로 분명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채로, 급하면 언제든 요리로 돈을   있을거라는 생각도 동시에 했다. 

고백하자면, 이대로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면서 매일같이 조바심을 냈다. 어쩐지 나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인  같이 느껴져  마음이 흔들렸다. 옆에서 나의 고민을 이해할  없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E 어느날 문득,  손에 진정제라도 쥐어주듯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우리 아빠는 59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대.” 

  없이 흔들리던 나를 조금이나마 진정시켜 주었던  아홉살에 어른이  E 아버지는 요리를 즐겨하고, 그때는 마침 한국 음식에  빠져 있던 때였다. 아저씨가 나에게 블로그에 올라온 , 무침, , 구이의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  다채로운 음식들  !” 라고 외쳤을  나는 E 가족들의 환대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한국의 음식을 대접하기로 마음 먹었다.

아이슬란드의 소금이 얼마나 짠지 확인하기 위해  끝에 대어 보니 눈의 결정처럼 하얗고 깨끗한 맛이 났다. 매운 것에 익숙치 않은 E 가족을 위해 고춧가루 대신 생강과 대파를 넣고 간장으로 맛을  찜닭을 만들었다. 다른 사람의 주방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무쇠냄비가 가진 높은 압력과 온도의 힘을 빌려 요리를 완성했다. 다음날 아침 E 아버지가 일어나자 마자 다시 식탁에 앉아 남은 찜닭을 해치우고 있었으니 대성공이었다. 

장을 보러 슈퍼마켓에 갔을 , 집에 어떤 양념들이 갖춰져 있는지 미리 확인하지 못한  깨달은 나는 E에게 혹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재료를 사야할지 확인해줄  있냐고 물었었다. 그때 E 빙그레 웃으며 “주방은 아빠 담당이야,  요리는 당연히 엄마의  일거라고 생각한거지?” 라며 나를 놀리는  아닌가.  지구의 환경과 여성의 인권을 걱정하고, 진지하게 대면하며 분투하며 살아가는 자랑스러운 친구이지만 밥상을 차려주지 않은 아내를 남편이 홧김에 죽였다는 기사를 일년   번이나 보게되는 나라에서  나는  순간 그런 E  밥맛이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잠깐 눈만 흘겨주고 말았지만. 

떠나기 전날 , 마지막 저녁 식사  E 아버지는 나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 주었다. 그날의 식탁에는 금지된 일이 벌어질  특유의 비밀스러운 공기가 맴돌고 있었다. 아저씨가 냉장고에서 조심스럽게 꺼내와 종이 포장지를 펼쳐 내보인 것은 밝은 상아색의 고래 지방이었다. E 비건인 동생이 알게되면  집안이 발칵 뒤집어  거라며 흥분했지만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아저씨는 얇게 몇점을 썰어 주었고 나는  점을 맛보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고래의 지방에서는 시큼하고 산뜻한 맛이 났다. 

어떤 환대와 친절은 갚을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나는 오로라가  보고싶은  아니라고 했지

돌아가는 길엔 오로라를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어.

모든 것이 지난 뒤에 우리는 

오직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후회하게 되는  같아.
E, 나와  해를 함께 보내줘서 고마워.


Ég sagðist ekki hafa sérstakan áhuga á að sjá norðurljós en mér fannst ég samt vera að missa af einhverju úr því að ég gat ekki séð þau. Ég býst við að þegar allt er um garð gengið iðrumst við aðeins augnablikanna sem voru ekki heiðarleg. Elísabet, takk fyrir að verja árinu með mé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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