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다약시 Nov 08. 2021

보내주어야 할 때 보내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제 더 이상 언급하지 말아야 할 순간이 온다.

이직을 하면서 의외로 당황스러운 순간은 바로 내가 들어오기 전의 직장 동료를 이야기할 때이다.


전 회사는 첫 회사였고 동료들 또한 모두가 신입이었던 터라 전임자가 없었다. 그래서 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나 뒷담이 없었다. 하지만 현 회사로 이직하면서 전임자라는 게 생겼다. 그리고 가끔 나의 동료들은 전임자를 그리워하곤 한다. 그러면 그 순간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먹먹해진다. 나가라는 암묵적인 신호인 것인지, 그냥 사람이 그리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근데 지금 대해주는 모습을 보면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 듯하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마음은 가시지 않는다. 찜찜함은 조금씩 남아있다.


이런 경험을 겪으며 내 후임들에게 미안해졌다. 내 후임들은 우리가 모두 끈끈해지게 된 2년의 세월을 거친 뒤, 한 동료가 퇴사를 하게 되면서 들어오게 되었다. 내 동료는 급하게 나가느라 후임들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 채 그렇게 퇴사를 했다. 그리고 후임들은 그녀가 남긴 자료를 통해 이름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인수인계를 하면서 그녀를 자주 언급하곤 했다. "그녀는 이런 식으로 업무를 하곤 했어요.", "그녀는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곤 했어요." 하지만 문제는 이런 업무방식을 떠나 그녀의 개인적인 모습까지 자주 언급하곤 했다는 것이다. 그녀가 영업대표를 어떻게 대했는지, 그녀가 업무를 얼마나 신속하게 진행했는지, 팀장과는 어떤 사이로 지냈었는지 등을 자주 이야기 해주곤 했다. 그 당시의 우리들은 그런 방식으로 그녀를 떠나보내면서 후임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놓여 그 입장이 되고 나니 후임들이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 알 수 있게 되었다. 후임들은 최고의 동료였고 그들과의 호흡은 최고였다. 하지만 나처럼 혼란스러운 순간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아찔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그만큼의 유대관계가 쌓인 후에는 그 오해가 풀렸을 것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초반이 힘들다. 회사의 체제와 분위기에도 적응하기가 힘든데 그런 짐을 얹어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경이 쓰였다.


앞으로 이 회사에서 새로운 동료를 맞게 될지, 또 다른 새로운 회사에서 동료를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전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아야겠다. 그것이 앞으로 만날 사람들에 대한 예의다.

작가의 이전글 이직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