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보면 항상 그 느낌이 있다.
우리 동네는 공항과 가까운 동네이다. 어느정도냐면 조금 고도가 높은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비행기의 철과 철을 이은 접선이 보일 정도였고, 창문 갯수를 하나하나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항상 비행기가 지나가기 일쑤였고, 비행기는 이제 너무나 익숙한 풍경 중 하나였다. 덕분에 지금은 비행기 소리를 인지하지 못하는 대담한 귀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고 한다. 어릴때 병원에서 갓 나왔던 신생아에게는 벅찬 소리였다. 비행기가 유독 고도를 낮게 날아간 날은 자지러지게 울었다고 한다. 조금 크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어린이의 귀에도 비행기의 소음은 견디기 힘든 소리였는지, 꿈을 꾸며 자지러지게 울곤 했다. 덕분에 어머니의 손에 은단은 마를 날이 없었다.
하지만 반대로 나의 기억에 비행기는 신기했고, 비행기소리는 즐거움이었다. 그저 비행기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도대체 저걸 타고 다들 어디를 가는것인지, 하루에 몇십번이나 날아가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비행기는 왜 저렇게 큰데 잘 날아갈 수 있는건지, 저 안에는 누가 있는건지 궁금했다. 그걸 타봤음에도 내가 탔던 비행기와 이 비행기는 다른 것이라 생각했다. 마치 어릴때 만화에서 선택받은 아이들이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으로 말이다. 즐거운 상상이었다.
어릴때의 나는 꼭 그렇게 높은 곳을 좋아했다. 계단 꼭대기층에 관심이 많았고, 이사를 다닐때는 무조건 집의 옥상으로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을 좋아했다. 옥상에서 아래를 번지점프 하듯 내려다보는 것보다 그 위에서 멀리 지평선을 내다보는것을 좋아했다.
그 날도 친구와 함께 내가 알던 가장 높은 언덕을 올라갔었다. 근데 갑자기 엄청난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비가 오려고 하는줄 알았던 나는 황급히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엄청난 물체가 내 머리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바로 비행기였다. 그날 따라 고도를 낮게 난 것인지, 창문과 철의 이음새까지 보았다. 그때의 장면은 지울 수 없는 엄청난 장면이다. 지금은 공항도 분리되고 그만큼 낮게 날지도 않아 볼 수 없는 광경이라 더욱 더 애틋한 장면이기도 하다.
그 집에서 이사하고 나서는 집의 옥상으로 올라가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보곤 했다. 그 당시의 집의 옥상에서는 다니고 있던 중학교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하교 후, 집의 옥상에 올라가 노을지는 하늘과 중학교 사이를 가르는 비행기가 담긴 풍경을 보는것은 큰 재미였다.
비행기는 나에게 고향과 같다. 가끔도 현실에 치여 힘든 순간에는 무작정 하늘을 올려다본다. 한창 코로나 때문에 날지 못했던 비행기들도 요즘은 이리저리 잘 날아다니고 있어 기쁘다. 내일도, 모레도, 앞으로도 비행기는 계속 날아다닐것이고 그 속에서 나는 조그마한 위로를 얻으며 살 수 있어 기쁘다.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하늘을 보며 즐거운 삶을 살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