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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찌 May 19. 2020

일상 속 인사에 숨겨져 있던 진짜 마음

엄마가 되어서야 알게 된 남편의 인사

남편과 연애시절.

아침이면 잘 잤어?라고 묻는 말이,

오후에 밥은 먹었어?라는 매일 똑같은 질문이.

기분이 나빴다.


알아서 잘 자고 일어났을 테고 또 잘 못 잤으면 어떻게 해줄 건데?

맨날 할 말 없으니 밥 먹었냐고 물어보네.라고 생각했다.

자기 전 잘자라는 인사도 그냥 끝맺음하는 인사일 뿐이었다.


몇 년이 흐른 지금,

아이와 함께 잠이 들고 눈을 뜨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 남편이 날 정말 사랑하고 있었구나.'


아이가 자기 전 잘 자, 굿나잇 하고 주고받는 인사가

정말 진심으로 내 아이가 좋은 꿈만 꾸길,

무서운 꿈 때문에 자면서 고통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고,

눈뜨자마자 잘 잤어? 하는 아침인사가

그냥 인사가 아닌 아이가 푹 자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걸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지나가던 어느날,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서 왜 이제는 묻지 않냐고 되물었더니

"오빠 맘을 이제야 알았어? 오빠가 그렇게 물어보면 맨날 할 말 없냐고 하잖아. 그래서 이제 안 물어보는 거야."


순간 멍해졌다.

진심을 다해 날 사랑해주고 걱정해주는 마음을

그저 매일 똑같은 안부인사로만 생각하고 귀찮아했다니.

그 사랑을 늘 당연하게 생각했다니.


아이는 아침에 눈뜨면 내가 일어나서 말을 걸기도 전에

나에게 안기면서 먼저 이야기한다.

"엄마, 유재 잘 잤어요~"


이 익숙한 인사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이제야 알았다.

지금이라도 남편의 큰 사랑을 깨닫게 해 준 아이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나도 그 마음을 느끼게 해 준

내 아이라는 존재가 너무 신기하다.


내가 누군가의 잠자리 안녕을 이렇게 바라는 사람이 되다니.

엄마가 되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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