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종료하고 나서야 쓰는 소감
볼거리의 홍수 속에서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어쩔 땐 무척 황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그간 아무런 기대 없이 쓴 것만은 아니었다. 꾸준히 쓰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 어쩌면 출간제안을 받을지도..? 상상하며 쓰던 중, 지난 10월 두 통의 제안 메일을 받았다.
하나는 브런치와 비슷한 플랫폼에서 내 글을 전자책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으므로 몇 가지의 절차를 따르고 전자책을 완성했다. 스스로 책표지도 그럴듯하게 만들어서 아주 뿌듯한 경험이었지만, 애초에 브런치북을 만들어두었으니 다른 플랫폼에 존재하는 나의 전자책에 큰 애정이 생기는 건 아니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되는 일이 아니었다.
두 번째 제안은 ‘네이버 연애결혼 포스트‘ 썸랩이라는 곳의 제안이었다. 제안 메일에는 연애와 결혼, 육아와 관련된 글을 포스팅하는 곳에 내 글을 연재해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멋진 제안이 들어오다니.. 섹스 앤 더시티의 캐리가 된 기분이랄까. 제안 그 자체로도 아주 뿌듯한 일이지만, 나는 무엇보다 기존의 필진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현직 교수와 심리학자들을 필진으로하여..‘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그 제안에는 원고료에 대한 언급까지 있었다. 그렇게 나는 이 주에 한번 월요일에 연애에 관하여 (늘 그렇듯이 내 연애의 애처로움에 대하여) 3천 자의 글을 쓰게 되었다.
주 1회가 부담스러워 격주를 택했건만, 마감일은 늘 급하게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주로 나는 브런치에 천자에서 2천 자 정도를 썼었는데. 3천 자를 채우는 것은 또 얼마나 어려운지.. 어떨 때는 ’이제 내 모든 연애 이야기를 글감으로 써먹어서(어떤 연애의 에피소드는 다방면으로 써먹어서) 더 이상 써낼 것이 없어졌어‘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럴 땐 당장 틴더라도 돌려서 누구라도 급히 만나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떤 글은 마감에 맞춰 겨우 쓰고 나서도 글이 부끄러워 조회수도 확인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몇 편의 글은 아주 마음에 든다. 이런 좋은 기회가 없었다면 써내지 못했을 것 같은 글이었다. 3천 자가 넘는 글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다. 역시 하다 보면 뭐든 느는 것이라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에디터님이 골라주는 매력적인 제목을 보면서도 많이 배웠다. 어떤 글은 내용보다 제목이 다했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그럼에도 지난달을 마지막으로 연재를 관두었다. 집중해야 할 일이 생기니 마감일이 다가오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생업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도 녹록지가 않아서 글까지 뽑아내기가 버겁다. 언제 또 내가 ‘원고료’라는 것을 받게 될까? 내 글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알아봐 주는 곳을 또 만나게 될까? 그럴 수 있기를.
좋은 기회를 주신 썸랩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