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사람
한동안 글쓰기를 쉬었다.
그간 나만 아는 작은 발전이 있었다. 그래도 남들이 알아볼만한 발전이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그 먼 길 위에 우두커니 혼자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좀 외롭다. 사람 손길을 좋아하는 우리 집 개를 보면, 내가 전생에 너였나? 싶다.
오늘은 공부가 더뎠다. 도서관 책상 위에 책들을 다 쌓아놓고 펜으로 글을 썼다. 내가 자주 앉는 자리에서 고개를 살짝 돌리면 ‘소설 쓰기의 모든 것’, ‘이야기의 탄생’, ‘논리적인 글쓰기’따위의 작문 관력 서적이 줄지어 꽂혀있다. 책 제목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나도 쓰는 사람이었는데...’하는 쓸쓸함이 올라오곤 했다. 이제 다시 쓰는 사람이 되면 덜 외롭고 덜 쓸쓸해질 수 있을까? 내 물음에 답이라도 하듯 ‘글쓰기로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라’라는 책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 모임을 준비하면서 예전 글쓰기 모임 멤버 몇 명에서 연락을 했었다. 그중에 상큼한 봄처녀 같은 언니 한 명이,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외롭고 힘들다는 내 투정에 ‘그 공부 너무 힘들면 하지 마~ 그냥 하고 싶은 거 해~’라고 말했다. 최근에 꽃집을 차렸다더니... 하기 싫으면 언제든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 말이 푸근한 안개꽃 한 다발 같아서 위안이 됐다.
그래도 하기 싫은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일도 잘하려고 하면 늘 노력과 고통이 함께하는 것이니 어쩔 수가 없단 말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선선히 나에게 유능함까지 쉽게 내어준 적은 살면서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사는 로또는 매주 꽝이고 인생 날로 먹기는 절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노력과 고통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싫은 일로 넘어가지 않게 조절하는 것도 나의 몫이다. 무턱대고 전력질주하면 탈이 나는 법이니까. 이번 글쓰기모임에 임하는 내 마음가짐도 그렇다.
글을 쓸 때는 노력이 들고 창작의 고통도 있겠지만은, 누군가 ‘그거 힘들어? 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고 할 때 ‘아니, 나 완전 하고 싶거든?’ 할 수 있는 그런 마음가짐이랄까. 그리고 나에겐 먼 길을 긴 호흡으로 함께 갈 수 있는 문우들까지 있지 않은가?
정말, 글쓰기를 쉬는 기간에도 나를 기다려준 고마운 문우들이 있다. 단순히 고맙다는 표현은 좀 부족한데, 그간 글쓰기를 쉬었더니 표현력이 좀 달린다. 모임이 6개월이니 그동안 표현력을 더 갈고닦아서 두고두고 감사해야지.
3월 첫 모임 너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