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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7시간전

현타 오는 밤

놀고싶다

내가 대치동에 살면서 정말 열심히 애들 공부를 시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한다고 했다. 남들보다 훨씬 덜 시키지도 않았고 그야말로 딱 적당히 애들 공부를 시키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 시키다라는 말도 얼마나 모순된 말인가. 공부는 자기 스스로 해 야 하는데 시키다니.) 이렇게 공부하며 사는 것이 과연 맞는 건가 라는 생각이 요새 스멀스멀 고개를 든다.


그러는 와중에 방학을 맞아 세종시에 사는 동생네 식구를 만났다. 동생의 딸 그러니까 조카와 우리집애들은 나이도 같다. 그렇지만 하교 이후의 삶은 너무나 달랐다, 조카는 학교가 끝난 후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가 피아노 학원을 가고 댄스학원을 간단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가서 수학공부방에 사서 수학문제를 풀고 온다.

"그럼 영어는 어떠게 해. 영어공부는 따로 시켜?"

나의 질문이 동생은

"그냥  유튜브랑 영어책 봐. 학원을 다녀야 해?"

그런 걸 뭘 묻느냐는 식으로 답 했다.


세종시에 사는 조카는 방학을 해서 서울 사는 사촌들을 만난다고 전날에 설레서 잠도 못 잤다고 한다.

우리 집 아이들은 수학학원 일주일에 2-3번씩 3시간씩 공부하고 나름 심화 문제들을 푸는데도 대치동 원, 이든. 돌파. 생수 같은 고등학원들을 다 떨어져서 좌절감을 맛봤다. 이런 학원들은 입학테스트  시험도 2번밖에 볼 수 없다니 남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공부를 무진장 열심히 해야 한다. 이렇게 이 동네 사는 아이들은 학원 입학테스트에 통과하기 위해 준비학원 까지 다니며 혼신의 힘을 다해 공부한다.


초 고학년만 그런다고? 아니다. 또 다른 아는 집 초2 친구는 초2인데도 불구하고 수학학원을 4개나 다니며 황고 경시반을 위해 많은 돈을 쓰며 공부를 무척 열심히 하고 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하는 줄 모르겠다는 거다. 초3 때 중등 선행을 A급 수학이라는 어려운 심화서로 나가는 게 보편화된 건 아이들이 잘 따라오니 이런 문화가 조성된 거겠지?


신나게 수영하고 있는 우리 집 아이들과 조카를 보며 온갖 생각이 든다. 아이들 숙제만 안시켜도 살 것 같다.매일 놀러다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열심히 공부하면 과연 좋은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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