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회고록 읽으며 가장 울컥했던 에피소드.
백악관에 입성한 오바마 가족에게 관저 직원이 24시간 시중을 드는 것은 어색했다. 부부 모두 중산층 출신으로 선거운동으로 한참 바쁠 때 파트타임 가정부를 쓴 것 외에는 집에서 사람을 부리지 않았다. 캠페인 기간에는 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후보 지명 후에는 경호처의 경호를 받았지만, 최소한 일정을 마치고 귀가하면 경호원이 집안에 상주하지는 않았다.
백악관은 달랐다. 오바마가 집무실에서 관저로 퇴근해서 수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자 바로 집사가 쫓아와 “앞으로 그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했다. (옷을 아무데나 벗어놓는 습관이 있던 오바마는 이 서비스는 무엇보다 결혼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고 대통령 되서 좋은 점이었다고 회고한다.)
오바마는 백악관 하급 직원들이 대부분 흑인을 비롯한 소수 인종이라는 것이 미국적인 현실이라 생각하면서도 마음 아팠다. 백악관에서 가장 연차가 높은 집사 두 사람은 모두 흑인이었다. 오바마 본인의 친구 혹은 처가 식구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한 사람은 닉슨 때부터, 다른 한 사람은 레이건 때부터 백악관에 근무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아도 오바마 가족은 흑인 직원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흑인 대통령을 모시게 된 것을 일생의 영광으로 여겼고, 백인 대통령을 모셨을 때 했던 서비스보다 오바마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덜 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대통령 가족 중 누가 식사 중에 그릇을 직접 가서 가져오게 놔두기라도 하면 바로 상급자에게 작살이 났다. 오바마 가족은 관저 식당 직원들이 서비스를 할 때 턱시도가 아니라 폴로셔츠에 면바지를 입도록 설득하는데 몇 달이 걸렸다.
“저희는 이전의 다른 대통령들처럼 모시려고 할 뿐입니다.”
“맞습니다. 대통령님과 영부인은 모르세요. 두 분이 여기 계시다는 것이 저희 같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두 분이 백악관에 있다는 것은… 아, 진짜… 두 분은 정말 모르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