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회고록 <A Promised Land>는 2020년 11월 17일 전세계 약 20개 국가에서 동시출간되었는데, 한국어판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6월 정도 예정으로 작업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영문 원서가 출간되자마자 읽었는데 그 중 인상적인 대목들.
2006년 12월, 초선 상원의원 오바마가 대선 출마 선언을 결정하는 최종 회의였다. 알려진 대로 미셸은 정치를 싫어했고 버락이 주의회, 연방의회, 대통령으로 급을 높여 출마할 때마다 반대했다.
미셸: 민주당에 당신 말고도 대선 승리해서 대통령직을 수행할 능력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잖아.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당신만 할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고, 그게 아니면 대선 도전은 가치가 없다고 했잖아. 맞지, 버락? 그래서 물어보는데, 대체 왜 당신이 대통령이어야 하는데?
버락: (몇 가지 뻔한 이유를 얘기한 다음) 그게 말이야, 혹시 모르잖아. 우리가 선거에 질 수도 있고.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게 있어. 내가 오른손을 들고 미국 대통령이 되는 선서를 하는 그 날, 세상은 미국을 다르게 보게 될 거야. 이 나라의 많은 아이들, 흑인 아이, 히스패닉 어린이, 그 밖에 부적응자 신세인 아이들, 그들이 스스로를 다르게 보고, 한계를 뛰어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될 거야. 그게 내가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야.
사람들이 모여 있던 공간은 침묵으로 빠져 들었다. 마티 네스빗(시카고의 기업인으로 오바마의 오랜 후원자)은 미소를 지어 보였고, 발레리 자렛(역시 오바마의 최측근이나 나중에 백악관 실세)은 울먹였다. 그 방에 모인 서로 다른 사람들이 최초로 흑인이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장면을 같은 마음으로 상상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대답을 마치고, 미셸이 나를 쳐다보는 짧은 순간이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다. 미셸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자기, 그거 꽤 괜찮은 대답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