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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훈 May 14. 2021

미국 보수와 리버럴의 법해석은 어떻게 다른가

Brnovich v. DNC

3월 2일 연방대법원에서 구두변론을 해서 곧 판결이 나올 Brnovich v. Democratic National Committee라는 사건이 있다. 애리조나 선거법에 관해 민주당이 주 법무장관 버노비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먼저 이 사건이 중요한 이유와 배경부터.


보수 대법관들이 투표권법에 카운터 펀치를 날린 2013년 Shelby County v. Holder 판결은 투표권법 중 (i) 인종차별 선거법 전력이 있는 주/카운티의 선거절차 변경에 대한 법무부의 사전심사, (ii) 사전심사 요건인 '인종차별 선거법 전력'을 판단하는 공식 중 엄밀하게 말해 (ii)를 위헌으로 선언한 것이다. (ii)가 위헌으로 날아갔는데 후속 입법이 없으니 사전심사 대상을 정할 수 없어 (i)도 적용할 수 없게 된 것. 물론 폭풍우가 치는데 우산이 날아간 결과는 동일하다.


어쨌든 Shelby County 판결은 남부 주가 선거법으로 장난질을 할 수 있는 헬게이트를 열어제친 단계이고, 그 헬게이트에서 뭐가 나올지 그리고 이걸 어떻게 막을지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Brnovich v. DNC는 투표방해 의도가 의심되는 선거법 개정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지는 첫 사건이고, Shelby County 이후 대법원 구성이 확 바뀌었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다.


이 사건의 대상은 (i) 본인 거주 투표구 외에서 한 투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조항, (ii) 제3자의 우편투표 대리 제출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i)은 말하자면 2년 전 투표했던 OO초등학교로 갔더니 '님 투표구 바뀌어서 OO주민센터로 가셈, 여기서 차 타면 15분(=걸어서 1시간)' 이런 것. 이런 불의의 사태는 공교롭게 소수인종 사는 동네에서만 일어난다. (ii)의 경우 예컨대 지역활동가들이 우편투표 취합하는 대상은 힘 없는 사람들일 수 밖에 없다. 배우고 돈 있고 정규직 직장 있는 사람은 알아서 하니까. 


이 조항들이 투표권법에 위반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1982년에 개정된 투표권법 제2조는 인종차별로 귀결되는(result in) 투표절차를 금지한다. 이를 'results test'라 하는데, 보수와 리버럴의 법해석이 갈라지는 지점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예컨대 어느 주에서 일요일 사전투표를 금지했다고 하자. 전에도 얘기했는데, 일요일에나 간신히 쉬는 흑인들이 흑인교회 예배 마치고 다같이 투표하러 가는 경우가 많아 이런 조치는 흑인의 투표율을 떨어뜨린다. 보수 법률가는 이건 인종차별 result가 아니라고 본다. 왜? 일요일에 투표소를 열지 말지는 인종 문제와 아무 상관이 없고 흑인들이 일요일에 투표하는 경향은 법 조항과 무관한 사정이니까. 반대로 리버럴은 일요일 투표율의 인종간 편차는 개인의 선택이나 우연한 사정이 아니라 '미국 사회에 존재하는 인종 간 사회경제적 조건의 차이를 반영한 결과'이기 때문에 일요일 사전투표 금지는 인종차별 result를 초래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대법원에서 다루는 사건의 상당수는 이런 식의 법적 논증을 하는 사건이고 그래서 대법관의 성향이나 철학이 중요하다.


이런 논리를 따르면 6:3의 압도적 보수 우위 대법원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보이지 않는가? 애리조나 선거법은 공화당의 의도대로 살아남을 것이다. '어쩌다 중도' 존 로버츠 대법원장마저 연방 차원의 투표권법 규제에 우호적이지 않고 대체로 각 주에서 알아서 하면 그대로 인정하는 입장이다.


결국 지금의 대법원이 투표권법을 말려 죽이는 것은 확실한데, 어떤 논리로 어떤 강도로 타격을 주느냐의 문제만 남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 사건에서 보수 대법관들이 어떤 논리를 들이대는지 보면, 향후 조지아 주를 비롯하여 공화당의 2020년 선거 패배를 만회하기 위한 '21세기 짐 크로우'에 대한 판결이 어떻게 흘러갈지 간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폭풍우가 완전히 지나가지 않았는데 잠시 비바람이 잦아들었다는 이유로 우산을 내버리면 다시 몸이 젖게 된다. 바이든/민주당은 더 크고 튼튼한 우산을 준비하고(의회에서 투표권법 개정), 우산이 날아가지 않도록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을 더 세워야 하는데(대법관 임명 혹은 증원), 둘 다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상원에는 모스크바 미치가 있고, 대법원에는 우산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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