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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기엄금 Nov 12. 2023

내가 선택한 삶.

아침이 되어서 눈을 뜨면 이유도 모른 채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린 후 색이 없는 옷을 입고 출근을 한다. 삶의 이유와 재미 어느 것도 찾지 못하고 반복되는 나날들. 모두가 부품이 되어 톱니바퀴를 굴리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뿐. 정제되지 않은 말과 행동들에 마음이 다치고. 돈벌이 이상의 가치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그저 자신의 시간과 돈을 교환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상명하복, 휴머니즘이란 단어가 사치가 되는 곳, 인간답게 지내려고 할수록 힘이 들고, 아이러니하게 반대로 그렇지 않을수록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곳. 지독한 염세주의와 회의주의에 찌들어버린 하루하루. 사는 게 멀까. 인생이 멀까. 생각이 들다가 주변을 돌아보면 다들 그렇게 꾸역꾸역 살아가는구나.


사회초년생 시절. 아침이면 일곱 시 이십 분까지 출근을 했고 야근 후 열 시가 넘은 후 퇴근을 했다. 이리저리 치이고 이유도 없이 죄인이 되었던 그 시절 하루하루가 버겁기만 했다. 얼굴에 웃음기뿐만 아니라 삶 전체의 생기를 빼앗겨 버린 하루하루가 반복되었다.


하루는 늘 차를 가지고 가는 길을 걸어서 출근하기로 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따듯한 햇살을 맞고 한걸음 한걸음을 걷다 보니 갑자기 신이 나고 마음의 알 수 없는 진동이 생겨나는 듯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순간 깨달았다. 내가 하루종일 내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지금 이 순간 내 두 발로 걸어가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이 일은 내가 대학생 때부터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꿈이었다. 원하는 직장에 입사하고, 가장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주던 여자친구와 결혼하는 것. 그렇게도 간절히 원하던 꿈을 이루어 냈는데도 또 다시 현실은 녹록치 않고 갈길은 멀구나.


그 순간을 마음속에 잘 간직하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 시행착오가 있다 하더라고 순간순간은 내가 선택한 삶이고 감사하게도 그것들이 이루어졌고, 나는 내 삶에 책임질 필요가 있다. 그날 이후, 나는 내 삶을 사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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