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병원은 진료과목이 하나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영역을 넓혀 진료과목을 여섯 가지나 늘린 적이 있다. 광고비를 들이지 않는 병원(인 주제)에 갑자기 홍보해야 할 과가 늘어나 업무에 갈피를 못 잡던 와중에 자급자족으로 콘텐츠를 양산해야 하므로 자체적으로 도수치료 홍보 영상을 촬영했다. 직원을 섭외하여 실제로 치료하는 장면을 찍었는데 도수치료사의 말이 내게 꽂혔다.
“우리 몸인데 우리가 제대로 못 써요. 이 근육은 한 번도 안 써봤을 거예요.”
치료사가 환자(동료)의 근육을 누르는데 카메라를 의식하는 마음과 몸소 느끼는 통증이 만들어낸 조화스럽지 못한 직원 표정을 보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는 내 몸 사용법을 잘 알고 있을까 하고.
운동을 할 때 호흡법부터 가르친다. 호흡이 잘못되면 힘을 줘야 할 때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숨을 쉴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몸이 편안해하는 호흡법을 배운 적은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걷고, 뛰고, 눕고, 팔을 쓰는 활동은 보통 태어나서 돌이 좀 지나면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몸에 맞는 올바른 자세를 배우지 못했다. 배웠어도 축적된 습관들 때문에 실행하기가 어렵다.
촬영을 위해 물리치료사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져 봤다. 나는 도수치료 비용이 그리 저렴하진 않은데 이 정도 돈이면 그래도 효과가 좋아야 하는 것 아니냐 물었는데 치료사는 예상된 답변을 세련되게 표현했다.
“도수치료를 한 번만 받아도 한 달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하루 중 치료로 체형을 교정하는 시간이 1시간이라면 나머지 23시간은 몸이 망가지는 자세를 하고 있어요. 당연히 한 번 치료로 교정되는 건 어렵죠.”
이 말을 듣고 엉뚱하게도 몸이 아니라 마음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나의 경우 마음을 자가진단한 후 경험에 의해 효과가 좋았던 방법을 처방한다. 그런데 ‘내 마음 사용법’을 보면 마음을 통제하는 방법만 가득해서 에너지가 떨어지거나 마음이 솟구친 날에는 통제에 과부하가 와 그저 감정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후회의 쓴맛을 들이킨다.
이전보다 마음이, 몸이 쉽게 닳는다. 이전까지 사용한 마음 사용법은 더 이상 내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곧 개정판을 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평생 함께 할 자기 자신과 잘 지내야 한다는 누군가의 조언이 생각났다. 몸 뿐 아니라 마음을 잘 살피고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새롭게 배운다면 내 삶을 조금 더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지 않을까.
몸 사용법은 치료사가 알려줄 수 있겠지만 내게 맞는 마음 사용법은 나만 채워나갈 수 있다. 내게 기쁨을 주는 것 혹은 나를 가라앉게 하는 것들을 찾아 이들을 건강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