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rot cake
비가 오는 날에 생각나는 음식들이 있다.
예를 들면 파전, 막걸리 같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그런 음식들이 있다.
사람들이 음식을 생각할 때 난 자연스럽게 디저트가 생각난다. 일종의 직업병이라 해야 하나..
날씨가 맑을 때 생각나는 디저트, 비가 올 때 생각나는 디저트, 추울 때, 더울 때 생각나는 디저트 등
계절과 날씨에 맞게 생각나는 디저트들이 있다. 당근케이크도 그런 셈이다.
이상하게 비가 오면 시나몬 향이 나는 디저트가 생각난다.
그래서 몇 주 전 비가 왔을 땐 시나몬롤을 만들었다. 카모메 식당에 나오는 시나몬롤을 모티브 해서
만들었는데 나에겐 시나몬 향이 약하게 느껴져서 결국 다른 방법으로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베이킹을 하는데, 항상 베이킹 하기 전날 밤 어떤 품목을 만들 건지 결정한 후 자곤 한다.
어제는 자기 전까지 만들 품목을 정하지 못해서 그냥 내일 생각하자 하며 눈을 붙였다.
아침 8시에 눈을 뜨니 창밖으로 빗소리가 들렸다. 시나몬이 생각났고, 당근케이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비가 오면 정말 좋다. 집 밖으로 나가지만 않는다면 맑은 날 보다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우리 집은 경사 높은 산 근처에 위치해 있어서 비가 오면 평소보다 몇 배는 시원해진다.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창문을 열고 앞치마를 두른 후 베이킹을 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거기에 시나몬 향, 시원한 바람까지 더해지면 평생 이렇게 살다가 죽어도 좋을 것 같다 라는 이상한 생각까지도 한다.
비 오는 날 시나몬 냄새는 행복한데 나만 그렇게 느끼는지 사람들 모두 그렇게 느낄 수 있는지 궁금하긴 하다.
당근케이크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보통의 당근케이크는 좀 묵직한 느낌의 질감을 가지고 있다.
달걀의 기포성을 이용하지 않고 달걀에 바로 카놀라유를 섞은 후 가루류 들을 넣어 묵직하고 꾸덕하다.
하지만 오늘 만든 당근케이크는 공립 법으로, 달걀의 기포성을 이용해 조금 더 가볍고 폭신한 질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방법보다는 제조공정이 까다롭지만 당근케이크 본연의 묵직한 맛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이번의 방법을 따라 해 보길 바란다.
당근케이크
- 정사각형 2호 틀 1개 분량
- 190도 오븐 예열
<반죽>
당근 - 120g
박력분 - 100g
아몬드가루 - 50g
계란 - 2개
황설탕 - 80g
카놀라유 - 80g
베이킹파우더 - 2g
시나몬가루 - 3g
<크림치즈 프로스팅>
크림치즈 - 350
생크림 - 50
설탕 - 20
1. 깨끗이 세척한 당근의 껍질을 벗긴 후 강판에 갈아준다.
2. 강판에 간 당근은 물기가 많기 때문에 손으로 물기를 꼭 짜준다.
3. 볼에 계란과 설탕을 넣어준 후. 중탕 물을 볼 밑에 받쳐서 따뜻한 상태로 휘핑해준다.
4. 휘핑이 끝난 계란에 카놀라유 70g을 넣고 저속으로 휘핑해준다.
5. 체 친 가루류들을 넣고 계란의 기포가 죽지 않도록 밑에서 위로 떠 올리듯이 섞어준다.
6. 물기를 짜 놓은 당근을 넣고 가볍게 섞어준다.
7. 반죽을 팬닝 한 후 미니 스패츌러나 스크래퍼로 반죽을 평평하게 펴준다.
8. 190도로 미리 예열된 오븐에 20분 구워준다.
9. 크림치즈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주걱으로 풀어준다.
10. 크림치즈에 생크림+설탕을 조금씩 넣어가면서 휘핑해준다.
11. 다 구워진 당근케이크는 충분히 식힌 후 4등분으로 잘라준다.
12. 당근케이크 위에 크림치즈 프로스팅을 올려준다.
완성된 당근케이크는 식감이 부드럽고 쫄깃했다.
역시 비 오는 날엔 시나몬이라는 나의 신념 아닌 신념 덕분에 오늘도 행복했던 베이킹을 했다.
완성된 당근케이크는 하루정도 냉장고에 숙성시킨 후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크림치즈 프로스팅이 당근케이크 시트를 좀 더 부드럽고 촉촉하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