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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민혜 Nov 22. 2024

쌀쌀한 날 쓸쓸해져

고목들이 많아 가을이 유난히 예쁜 동네에 살고 있다. 키가 크고 가지가 풍성한 나무들은 이제 그 잎을 하나둘씩 떨군다. 바람이 불자 낙엽이 비처럼 쏟아진다.


아이들 학원 보내는 길, 신호를 받아 잠시 정차한 차창 밖으로 노란 은행잎이 후두두 쏟아져내린다. 꿈결 같다. 문득 쓸쓸해진다.


"너희, 쓸쓸하다는 게 어떤 건지 알아?"

"어! 외로운 거!"

의외로 근접한 대답에 나는 감탄한다.

"어, 상당히 비슷한데 아주 조금 달라~"

"뭐가 달라?"

"음... 외로우면서 슬프면서 조금 허전하기도 한 거?"


아이들은 아무 말이 없다. 무슨 말인지 몰라 그런 걸까,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보느라 그런 걸까.


그 사이 차가 출발하고 차 창 밖으로 단풍과 낙엽들이 그림처럼 지나간다.


"여름에는 쓸쓸하지 않아. 외롭기는 해도. 쌀쌀해지면 쓸쓸해져."

"왜?"

"쓸쓸한 건 쌀쌀해지면서 시작되는 감정이야. 엄마는 그래."


유독 한 나무가 유난히 많은 낙엽들을 떨구어냈다. 잎이 많은 나무일 수록, 떨구어내는 낙엽도 더 많다.


"저 나무는 이파리를 저렇게 모두 떨어내면서 어떤 기분일까? 아쉬울까, 시원할까?"

"슬플 거 같아."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 "


우리는 잠시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유독 짧았던 가을이 저물고 있다. 서둘러 겨울이 오려한다.


쌀쌀해지니 쓸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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