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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ra 유현정 Aug 19. 2023

8월, 바다가 부르는 계절

<라라의 창작민화 3> 선녀탕Ⅱ, 환대


행복과 불행은 언제나 함께 온다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말처럼, 서귀포에 두 가지 소식이 전해지며 희비가 엇갈렸다. 먼저 좋은 소식은 황토 광장의 개설이다. 요즘 맨발 걷기가 유행인지라 전국의 지자체들이 황톳길을 만들어 주민들의 건강에 발 벗고 나섰다. 서귀포시는 서호동에 빗물을 저장하던 저류지에 황토를 부어 '숨골 공원'을 조성함으로써, 주민들의 염원에 화답하였다. 나는 올해 들어 가끔씩 해변의 모래사장에서 맨발 걷기를 시작했는데, 이젠 시내에 황톳길이 생겨 쌍수를 들고 환영하였다. 맨발 걷기를 하고 돌아온 날은 발바닥이 후끈거리고 꿀잠까지 자게 되어 기분이 아주 좋다.


그러나 기쁜 소식과 함께 슬픈 소식도 날아들었다. 오매불망 손꼽아 기다리던 선녀탕이 폐쇄된 것이다. 선녀탕 입구에는 출입금지 안내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보다 못나는 시청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점검해 보았다. 알고 보니 선녀탕은 천지동 관할이었다. 낙석과 함께 태풍 때마다 반복되는 돌계단과 난간의 파괴가 폐쇄의 원인이란다. 안전사고를 대비한 결단이겠지만, 난대림을 보호해야 하는 지역이라 허가를 받아야 하고, 내년에 예산을 확보해야만 보수가 가능하다는 답답한 답변이었다.


절벽이 발달한 서귀포엔 마땅히 놀만한 해변이 없다. 중문 색달해변이 있긴 하지만 차로 30여 분 거리인 데다가 깊고, 파고가 높기로 유명하다. 40분 거리의 표선 해비치는 백사장이 넓어서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고 아름답지만, 수심이 얕아 재미가 덜하다. 더구나 모래해변은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기 때문에 고운 모래가 부유하면서 물을 혼탁하게 만든다. 지난달에 제일 먼저 달려간 금능 해수욕장도 해안가로 려드는 해초와 부유하는 모래로 바닥이 보이질 않아 실망스러웠다.


그리하여 제주 친구와 함께 요즘 핫하다는 월정리의 코난해변으로 달려가 보았다. 아, 그러나, 수많은 인파가 물속에서 놀면서 일으킨 모래 탓 물이 너무 탁했다. 나는 땡볕에 달궈진 몸을 주체할 수 없어 바로 물속으로 뛰어들었지만, 친구는 맘에 들지 않는다고 주변 식생만 탐하였다. 결국 짐을 챙겨 서둘러 신산리 바다로 향했다.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아늑한 바다는 물이 엄청 맑고 투명했다. 아, 그러나, 여기는 용천수가 흘러나오는 길목이었다. 조금씩 몸에 물을 적시고 들어간 바다에 얼굴을 넣 순간, 얼음장처럼 소름 돋는 냉기가 온몸을 타고 흘렀다.


어디에도 황우지 선녀탕만 한 곳없었다. 아니 무두망개라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너무 멀다. 8월 초에 큰맘 먹고 친구랑 날 잡아 달려갔지만, 물때가 맞지 않아 거의 허탕을 쳤다. 선녀탕은 미키마우스의 두 귀를 닮은 커다란 용암 둘러싸고, 문섬과 새연교가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서 멋진 풍광을 선사한다. 예쁘고, 안전하고, 물 맑고, 물고기 종류 다양한 데다가, 거리까지 가까워서 최고의 스노링장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출입금지라니 이런 날벼락이 없다. 하지만 어쩌랴. 짐을 싸서 다시 원정을 다니는 수밖에.


이번엔 중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물질하는 바다 용암이 넓게 둘러쳐 고, 멀리 산방산 경으로 패러세일링도 하곳이다. 3,4년 전만 해도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자주 다녔는데, 점점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포기다. 이제 갈 데가 없으니 다시 찾 수밖에. 아침에 동네 동생을 데리고 나가 보았다. 중문에 사는 친구도 합세하였다. 사람들이 적어서 놀 만했는데, 오전 10시가 넘으니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쯤이면 우리는 바로 철수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끝내, 하늘을 날 것처럼 몸과 마음이 세트로 개운하다. 자고로 여름은 바다에서 놀아야 제 맛이다!!

 

중문(위)과 신산리(아래), 맑디 맑은 제주 바다




첫 창작민화로 여름날의 선녀탕을 그렸다. 

그러나 <선녀탕의 댄싱퀸>을 그리고 나서 아쉬움이 남았다. 내 그림의 오브제가 빠졌기 때문이다. 다시 선녀탕 2탄을 그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만큼 여름날 선녀탕의 의미는 각별하다. 잊지 않고 의자와 나비 그려 넣었다. 제주의 여름을 수놓는 수국도 빠뜨릴 순 없다. 몇 송이 그려 넣으니 그림이 좀 더 화려하고 풍성해진 느낌이 든다. 지난 그림에선 인어와 함께 춤추는 미역이 주인공이었다면, 이번 그림엔 거북이가 등장한다.


거북이는 대학 후배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그녀는 명퇴를 고민하며 작년 여름에 제주를 방문했고, 올해 한번 더 다녀갔다. 나는 그녀해후를 브런치에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적이 있다. 녀는 긴 댓글을 보내왔는데, 자신을 거북이에 비유하내용이었다. 우리가 함께 근무한 혁신학교라는 아우토반에서 속도가 가장 빠른 친구였기에, 나는 무척 놀라웠다. 등짝에 등껍질을 짊어진지도 모른 채 속도를 내던 그녀는, 스스로 만들어 낸 속도에 멀미 났다고 다.


그녀는 내가 늘 춤을 추고 있었다고 기억하였다. 이른 명퇴를 하 학교를 홀연히 떠난 뒤엔, 바다로  갑한 발레 슈즈를 벗고 맨발로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 "미역이 얼마나 춤을 잘 추는지 알아?" 선녀탕에서 미역과 함께 춤을 추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바다에서라면 부력의 힘으로라도 자신의 등딱지 무게를 덜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다. 그녀도 이제는 제주 생활을 꿈꾼다. 그림은 천년을 흘러 세계를 훑고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거북이를 맞이하며, 인어가 두 손을 내밀어 서 오라고 <환대>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어깨 위에 거북이 등딱지 같은 삶의 무게를 지니고 산다. 그것은 죽을 때까지 벗어던질 수 없는 숙명일 것이다. 등짝에 짐을 짊어진 줄도 모르고 살아온 나는 느지막이 제주라는 인생의 숲에서 선녀탕을 만나 등짝의 무게를 덜며 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메마른 도시에서 등짝에 무거운 짐을 지고 바쁘게 살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 그들이 삶의 무게를 잊거나 덜기 위해 잠시라도 제주를 방문한다면, 나는 맨발로 뛰어나가 환대할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표현처럼, 사람이 온다는 건 그의 인생이 함께 오기에,  그만큼 깊어지기 때문이다.


세 번째 창작 민화 <선녀탕Ⅱ, 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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