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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ra 유현정 Aug 31. 2024

거인의 어깨너머로 바라본 세상

<라라의 창작민화 7>  연못 음악회


인생에는 관계라는 창이 있다.

그 창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고 세상과 소통다. 이 없는 인생 상상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소외시키고 함께 성장하는 기회마저 박탈는 삶은, 우리가 지구별에 내려온 이유를 잊고 사는 다. 그렇다고 창 무조건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작은 창 여러 개 보다는, 풍경 좋은 곳에 적당한 크기의   선호한다. 가끔 창을 통해 펼쳐지는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게 지는.


최근 인생에 새로운 창을 내고 있는 중이다. 

그중 하나는 제주죽음카페를 열면서 새롭게 만나게 된 창이고, 또 하나는 올레길과의 인연으로 연결된 이다. 두 개의 커다란 창은 나를  다른 세상으로 다정하게 가슴 뛰게 하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그의 우주 만나는 것이던가. 관계를 통해 나의 우주를 확장해 나 과정에서 불어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디딜 용기를 얻고, 께 나누는 기쁨을 만끽고 있다.




나는 그녀를 선배님이라 부른다. 학교 선배는 아니니까 그냥 인생 선배인 셈이다. 그러나 사실 그녀는 선배나 멘토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큰 존재이다. 제주도와 한반도를 뛰어넘어 세계 곳곳에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유명인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내 인생으로 걸어 들어다. 나는 정중히 맞이했다. 거인어깨너머로 쳐지는 세상을 기웃거릴 수 있  크게 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우리는 아주 가끔 서귀포 공원에서 마주쳤다.

옆 동네에 살고 있기 때문에 걷다 보면 간혹 마주칠 때가 있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가볍게 목 정도의 인사만 하고 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에 대한 고마움이 새록새록 차오르는 걸 느꼈다. 따지고 보면 내가 제주 생활을 시작한 것은 모두 다 그녀의 덕이 아니던가. 올레길이 아니었다면,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는 제주 이민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을 명퇴하고, 올레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동기들과 신나게 올레길을 걸었다. 그때 주워들은 이야기 하나 는데, 제주도에는 3대 여신이 있단다. 제주도 여자들의 생활력타의 추종을 불허기에, 아마도 이런 연유로 여신의 존재 탄생 건 아닐까 싶다. 다들 알다시피 1대 여신은 제주도를 창조하고 500명의 아들을 거느린 설문대할망이고, 2대 여신 조선시대의 거상으로 빈민을 구제한 김만덕이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3대 여신 현존하는 인물이.


올레꾼들은 정겨운 마을길과 가슴이 뻥 뚫리는 바닷길을 걸으며 심신이 치유되는 경험 하였다. 자기의 속도 두 발로 느릿느릿 걸어가는 길은 밖으로만 내달리던 시선을 자신에게로 거두어들이기에 충분했다. 정처 없이 내달리던 삶이 멈추자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이 있었으니, 올레길에 중독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올레길을 예찬하며, 우리나라 최초 걷는 길을 만든 그녀를 신으로 떠받드 은 당연한 다.


그녀와의 만찬들


선배는 가끔 자신의 식탁에 나를 초대했다. 

내가 혼밥 하는 날이 많다는 걸 알게 된 그녀의 온기 어린 제안다. 게트와 포도주 한 병을 가슴에 안고 처음으로 그녀의 집을 방문하던 날, 그날은 육지에서 내려온 수녀님과 함께 수월봉 올레길을 걷고 난 다음 날이었다. 나는 새로이 보금자리를 옮긴 그녀의 집 거실 창으로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섶섬 풍경에 넋을 잃었다. 그토록 치열하게 열정 하나로 앞만 보고 살아온 그녀가 지친 몸을 뉘고 위안받을 수 있는 보금자리에 안착했다는 사실에, 나는 안도했다.


먹는 일에 진심인 그녀는 요리 실력도 남달랐다.  그녀가 손수 만든 고사리 파스타와 뽈뽀 그리고 그릭 샐러드는 애정으로 가득한 제스처였고, 나의 시각과 미각을 황홀 다.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마리아를 연상시키는 유, 상쾌, 통쾌한 젊은 수녀님과의 만찬은 그래서 더욱 특별한 시간이었다. 식사 끝나자 선배밤바다 산책을 제안하였다. 정모시공원을 시작으로 중국 공원을 거쳐, 살며시 정낭을 열고 들어간 서복 전시관 공원에서 다를 향한 그셋이서 나란히 앉았다. 보구름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 우리 대화에 어들었다.


향기를 품는 관계


다른 날엔 그녀 사회적 조카와 식사를 제안했다. 사회적 조카라니! 나는 처음 들어본 단어에 어리둥절하면서도 호기심이 일었다. 누구보다도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려 있는 수많은 관계만으로도 버거울 그녀였다. 그런데 책임과 의무를 다 해야 하는 관계까지 거느리고 있니, 나는 그녀의 관계 어디까지 뻗어 있지 자못 궁금했다. 러면서 그녀라는 창을 통해 신선한 산소를 공급받는 듯한  활력을 느꼈다.


그날 최고의 요리는 그녀와 사회적 조카의 관계의 역사였다. 올레길 개척에 헌신적인 공을 세운 조카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홀로 키우는 딸의 글쓰기 지도를 부탁한 게 시작이었다. 딸이 없는 그녀는 흔쾌히 약속을 하고 조카로서 공을 들였다. 둘의 계는 카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어졌고, 이제 조카 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 그들은 이미 모녀 의식까지 치렀다고 한다. , 그토록 어여쁘고 속까지 깊은 따님을 두셨다니! 나는 바로 맥주잔에 진심을 담아 둘의 관계를 축하하였다. 너무도 뜻깊은 만찬이었다.




선배와의 인연이 시작된 동네 공원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다. 수련 잎이 동글게 동글게 뻗어나가는 계절이면, 온통 개구리와 두꺼비 세상이 된다. 새벽 운동을 나간 어느 날, 천둥처럼  왁자지껄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에 이끌려 연못으로 달려가 본 적이 있다. 오, 세상에나! 물속에 몸을 담그고 얼굴만 내민 개구리가 연못 가득 깨알같이 박혀 있었다. 서로의 짝을 찾느라 소리주머니를 연신 부풀리는 모습이 어찌나 신기하고 재미나던지.


나의 민화 그림 속에 그날의 연못이 펼쳐졌다.   동이 트기 시작하자 날개 달린 요정이 아침을 맞이하며 플루트를 불기 시작한다. 활짝 피어 연꽃 무대 에 살포시 내려앉은 요정 음악회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시끄럽게 악을 쓰며 장난치던 개구리들이 하나 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팔뚝만 한 잉어 가족도 놀러 나왔다. 버드나무 가지가 치렁치렁 늘어진 물가에 플루트 선율 따라 연꽃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나간다.


선배  향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인간의 관계가 어떻게 확장되어야 향기를 품게 되는지, 그녀는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본보기를 마주하게 돼서 나는 너무 기쁘. 선배의 말 없는 가르침 앞으로 나의 삶에도 아름답게 스며들 것을 예감하게 된다. 제주에서 스친 인연이 일상으로 스며들며, 연꽃 같은 은은한 감동이 나의  물들이고 있다. 


일곱 번째 창작민화 <연못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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