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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ra 유현정 Jun 15. 2024

우리 함께 죽음을 얘기해요

<죽음카페 1화>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


7년간 땅속에 있던 매미가
세상에 나와 날개를 펴고 첫울음을 울었다


비가  줄기차게  내렸다. 아랑곳하지 않고 음속 매미가 우렁차게 울었다. 죽음카페가 열리던 날 나는 매미의 심정 되 것이다.  빗속을 달리며 어쩜 이런 우연이 있을까 싶다. 데스카페를 가슴에 잉태한 날도 바로 6월 8일,  블로그를 찾아보다가 그 사실을 알고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7년을 기다려온 일이 똑같은  실현되니!


1시간 일찍 누운산책방에 도착했다. 오픈 준비를 위해 달려지만 이미 테이블 세팅이 모두 끝난  후였다. 책방지기 담은 님이 여러모로 고생이 많으셨다. 나는 플래카드를 꺼냈다. 인쇄가 리고 얼룩 거려서 마음에 들지 않아 여러 날 아크릴 물감으로 덧칠을 하며 손을 본 것이었다. 처음엔 문 밖에 걸려 하였으나 비바람이 몰아쳐서 심히 너풀거렸다.  실내 큰 창에 붙이기로 하였다.  죽음카페 분위기를 내는 데 한몫하였다.


오픈 준비를 완료한 <누운산책방 죽음카페>


우산을 접으며 참가자들이 한 명씩 들어섰다. 

도착하는 대로 각자 준비해 온 컵에 차를 받아 착석하니 자연스레 4명씩 조가 나뉘었다. 1등으로 도착한 쥬니는 우리 조가 되었다. 그녀는 말했다. 죽음을 생각하기 전에는 인생이란 그냥 흘러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죽음을 생각하자 인생은 자신채워나가는 것이 생각이 들었다. 쥬니는 드디어 막막한 인생의 바다에서  손에 쥐게 되었다. 이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노를 저어가며 삶을 채워나갈 것이라 생각하니 흐믓했다. 죽음을 생각할 때 우리는 삶을 통찰하게 된다. 


담은 님이 전체에게 인사 소개를 하였다. 제주도에 죽음카페를 열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히 알리며 인연의 소중함과 소회를 밝혔다. 또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특별히 연민 어린 경청요구된다 어느 스님의 얘기 전했다. 나는 행사 진행과 관련된 안내를 간단히 하고, 바로 이번 행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조별 대화를 시작했다.


우리 조 연령대가 40부터 60대에 이기까지 다양했고, 남자분이 계셔서 혼성 조를 꾸리게 되었다. 이야기가 다양하게 나올 거 같아 근히 기대가 되었다. 먼저 별칭을 적어 가슴에 붙인 후 간단히 자기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그 후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고인을 위해 묵념 . 그런데 고인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분이 울먹거리는게 아닌가. 살아생전에 정치적 이념이 달라 관계를 끊었는데, 결국 고인을 용서하지 못한 채 떠나보셨던 것이다.  


사람이 죽을 때 하는 후회 중에 Top3에 들어가는  바로 용서이다. 많은 이들이 내가 옳고 상대가 그르는 생각 때문에 상처를 고 그  용서하기 힘들어한다. 문득 오래전에 본 영화가 기억다. 제목도 잊었지만 마지막 장면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외도를 한 남편을 용서할 수 없어서 이혼을 준비하는 도중에, 남편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죽은 남편을 만나러  비행기 안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부인 표정이다. 그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죽음 앞에서 용서받지 못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


조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우리는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에 남자분이 형님 이야기를 꺼냈다. 갑자기 응급으로 병원에 들어가서 3일 만에 돌아가신 경우였다. 그 형님은 자신이 죽는 줄도 모르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가족회의를 하였지만, 충격이 너무 클까 봐 차마 현대의학으론 고칠 수 없다는 얘기를 아무도 꺼내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의사들이 말리는 수술을 가족들이 원했기 때문에, 수술실에 들어갔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나는  안타까워서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때는 너무 황망해서 정신이 없었겠지만, 만일 지금 다시 그 상황이 재현된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그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아직 답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만일 그 형님이 였다?" 우리는 자연스레 토론에 들어갔다. 가장 나이가 어린 나무 님은 단호하게 자신의 죽음을 알고 싶다고 했다. 쥬니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우린 모두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정확히 알 권리가 있. 목숨은 가장 숭고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족이라고 해서 그 권리를 함부로 박탈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남은 시간이 단 분이라도 소중한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는 하고 떠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


우리 테이블의 이야기 주제는 자연스레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으로 집중됐다. 나의 죽음은 내가  결정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확고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장례식에 대한 이야기까지 오고 가기 시작했다. 나무 님은 젊은 사람답게 자신의 장례식이 아주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장례식장에 맛있는 요리를 차려 놓을 거란다. 쥬니는 남편이 먼저 죽는다는 가정 하에 남편의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를 위한 시를 쓰고, 초상화를 그리고, 수의를 마련하여 자수로 이니셜을 새겨주고 싶어 했다.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장례식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장례식이다. 그녀는 말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져 몸이 많이 불편했지만, 자신의 장례식을 기획했다. 사후 생을 믿는 그녀는 몸이라는 치에서  영혼이 빠져나가, 은하계로 날아가서 춤을 출 것이라고 말했다. 조문객들은 추도식에 마련된  봉투를 받고 동시에 열어 나비를 날아올렸다.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형색색의 나비들은 자유롭고 거칠 것 없는 그녀의 아름다운 영혼이었다. 이처럼 장례식이 고인 스스로 기획하는 삶의 마지막 이벤트라면, 우리는 죽음 앞에서도 미소지을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이렇게 멋진 일이다.


계가 예정 종시간을 훌쩍 넘겼. 

우리는 조별로 나눈 이야기를 전체에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하나만 소개하고 싶다. 한 분이 당에서 빗길을 뚫고 운전을 하고 오는 중에 새 한 마리가 앞유리에 부딪혀 와이퍼 아래 가는 두 다리를 들고 쓰러졌다고 한다. 다행히 비가 잦아들어 와이퍼 작동은 멈 수 있었지만, 죽카페까지 당도하는 시간 마음을 졸였다고 한다. 그런데 도착하여 주차를 하는데, 천만다행으로 정신을 잃었던 새가 푸드덕 날개를 털고 일어나 날아갔다고 한다. 짧은 시간 생과 사를 목격하며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하던 그녀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우리는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우리에게 죽음 순간은 언제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기에 평소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만큼 삶에 집중해서 충실하게 사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지만 이렇게 죽음은 삶으로 연결다. 아득고  막막하게 느껴지는 삶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음은 저 멀리 항로를 안내하는 등대 역할을 다. 덕분에 파도가 닥치더라도 우리는 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얻는다. 죽음은 우리매순간 인생의 노를 저어갈 수 있게 올바른 진짜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누운산책방 죽음카페 1회> 기념 촬영


*  사진은  참가자들의 허락을 받고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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