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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호 Jun 10. 2020

무언가를 처음 시도해 본다는 것

북극권에서 백패킹,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로포텐에 가기로 마음먹은 후,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 나갔다. 먼저 방문한 사람들의 여행 후기를 찾아보는데, 많지 않은 글들 사이에서 한 여행자의 글이 눈에 확 띄였다. 제목에는 '노르웨이 로포텐 백패킹'이라고 적혀 있었다. 범상치 않은 느낌에 홀린 듯 그 글을 클릭했다. 짤막한 글과 함께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입을 벌어지게 만드는 자연 풍경과 그 앞에 놓인 텐트. 야생에서 식과 주를 해결하며 다니는 여행. 글을 읽는 내내 감탄사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백패킹으로 이곳을 여행하면 정말 짜릿하고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설렘과 뜨거움이 밀려왔다. 이분이 한 여행은 곧 나의 로망이 되었다.


하지만 이내 고민에 빠졌다. 나는 백패킹은 커녕 텐트를 쳐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남들 다 가는 군대에서조차 그랬다. 훈련소에서는 태풍이 오는 바람에 숙영이 취소되었고, 자대에서는 보직 특성상 실내에서만 근무했다. 게다가 난 누구나 인정하는 저질 체력이다. 그런데 모든 게 익숙한 우리나라도 아니고, 모든 게 낯설 로포텐이라는 북극권의 어디 쯤에서 생에 첫 백패킹을 한다라. 이게 과연 가능할 까 싶었다. 


하지만 한번 마음을 먹었으니, 까짓 거 부딪혀보자는 욕심이 들었다. 우선 백패킹에 대한 가벼운 지식부터 쌓았다. 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활동이니 정보를 찾기가 어렵진 않았다. 마치 어떤 과목의 이론을 공부하듯 차곡차곡 습득해 나갔다. 이를테면 잠자리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는 텐트와 매트, 침낭이라든지, 매트에는 어떤 유형이 있는 지 따위였다. 여기까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로포텐이라는 지역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보니 그에 대한 걱정이 생겼다. 안 그래도 생소한 지역이라 여행 후기가 많지 않았는데, 백패킹으로 이곳을 여행했다는 글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었다. 처음 봤던 그 백패커의 후기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만한 정보가 없었다. 백패킹을 하기에 로포텐은 어떤 환경인지 궁금했는데, 국내 포털사이트에서는 해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그 백패커는 이전에도 백패킹을 한 경험이 많았고, 로포텐 백패킹 정보도 꽤 상세히 기술해놓았다. 자연스레 그 분의 글을 참고하게 되었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물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하이킹 코스와 야영 팁 등 풍부한 정보가 담긴 영문 사이트가 있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로포텐이라는 지역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알아 나갔다. 그 정보들을 바탕으로 배낭을 꾸려 나갔다.


마침내 로포텐으로 떠나는 날, 6월 4일을 맞이했다. 오슬로 가르데모엔 공항에서 짐을 부치고, 경유지인 보되로 가는 게이트 앞에 섰다. 항공편 정보를 알려주는 모니터에는 보되의 날씨까지 함께 떠 있었다. '흐리고 비, 기온은 영상 5도.' 오슬로에 있을 땐 웃통을 까고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을 봤을 정도로 따뜻했는데, 1시간 후엔 완전히 다른 기후대에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 도저히 감이 안 왔다. 보되보다 북쪽에 있는 로포텐이 더 추울 수 있겠다는 예상만 할 수 있었다. 불분명한 날씨 하나에 두렵고 걱정되기 시작했다.


추울 것에 대비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싸구려 재킷도 구매하고, 껴입을 수 있게 얇은 옷도 여러벌 챙겼다.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배낭을 쌌지만, 무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몸이 감당해낼 수 있는 선에서 무게를 맞추려다 보니 짐을 줄여야 했다. 텐트 바닥에 깔 것으로는 은박 돗자리와 싸구려 발포 매트가 전부였다. 이렇다할 방한 용품이나 난방 용품도 없었다. 몇 벌의 옷과 침낭, 약간의 핫팩이 전부였다. 로포텐은 겨울이나 다름없을텐데, 너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겨울엔 이렇게 다녔다, 3계절에는 저렇게 다녔다는 남들의 경험만 접했을 뿐 내가 경험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기준으로 삼을 만한 것이 없었다. 백패킹을 어디서 한 번이라도 해 봤다면, 걱정하고 두려워할 시간에 여유 있게 비행기에 오르기만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맨 처음 느꼈던 설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마음을 굳게 먹고 비행기에 올랐다. 단지 한 번도 안 해본 것이기 때문일까. 막상 가 보면 괜찮을까. 여행이 끝날 무렵에는 어떤 마음일까. 복잡한 기분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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