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릴문자 바보가 Yandex로 택시 부르기

타슈켄트 응용예술박물관

by 박수소리

아이비에커와 바허를 만났던 그날 밤, 나는 한숨도 못 잤다. 침대에는 누워있었으나, 엎치락뒤치락 난리였다. 잊고 살았던 과거가 뿅 하고 나타났기 때문일까? 아이비에커랑 있었던 하루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일까? 잘 사는 아이비에커에 대한 질투심 때문일까? 아이비에커 가족들 사이에서 나는 너무나도 외로웠기 때문일까? 교감신경이 극대화된 모양인지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나도 내 마음을 도저히 모르겠는 밤이었다. 퇴사를 했고, 비행기를 탔고, 어쩌다 보니 아이비에커까지 만나게 되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비몽사몽 한 기분으로 아침에 방에서 나와 정원으로 나오자, 이미 주인아주머니께서 숙소 정원에 물을 다 뿌려놨다. 그나마 물을 뿌려놔서 다행이지, 아침 공기부터 '나 오늘도 진짜 아주 더울 거야."를 예고하는 듯했다. 우즈베키스탄의 여름 더위에 정신을 못 차린 우리는 대중교통으로 가겠다는 원래 계획은 취소하고, Yandex를 불러 타슈켄트 응용예술박물관(Amaliy San'at Muzeyi;Museum of Applied Arts)으로 향했다.



키릴 문자로만 장소가 조회되는 Yandex

얀덱스(Yandex)는 중앙아시아의 택시 앱인데, 중요한 버튼들이 모두 영어로 깔려 있어 쓰기는 참 편했다. 다만, 장소명을 키릴 문자로 집어넣는 게 나에게는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나의 핸드폰 구글 맵은 영어 기반이라 응용예술박물관을 영어로 'Museum of Applied Arts'라고 표기해 놨는데, Yandex에서는 영문으로 조회가 되지 않고 키릴 문자인 'Davlat Amaliy san'at muzeyi'로 조회해야 했다. 내가 갈 곳을 이미 정해놓고도 Yandex를 호출하기 전 해당 박물관의 장소의 현지어가 무엇인지 부랴부랴 찾았다.

img.png 타슈켄트 응용예술박물관 입구

타슈켄트 응용예술박물관(http://www.artmuseum.uz)은 귀한 수공예 자수, 보석, 기타 전통 응용 예술작품이 전시된 우아한 박물관이다. 옷, 양탄자, 보석함, 가구 등 페르시아향기가 그득 담겨있는 수공예품들이 전통가옥형태의 건물에 전시되어 있다. 규모가 좀 작았지만, 전시되어 있는 응용 예술품에 쓰인 색들이 정말 화려하고, 아주 정교했다.


박물관은 전통가옥을 그대로 살려 지은 만큼,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문이 너무나도 무겁고, 또 턱도 있었다. 또 전시실과 전시실 사이가 때로는 이어져있지 않고 정원으로 나갔다가 다른 건물로 들어가야 해서, 전시실을 오가는 동안 유아차를 옮기느라 엄마도 나도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 우리가 애처로웠는지, 경비원들이 우리를 도와주려고 문도 잡아주고 유아차도 옮겨주었다. 현지어를 못하는 나는 경비원들과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먼저 도와주려는 눈빛에 또 한번 마음이 따뜻해졌다.


엄마는 박물관 한편에 마련된 기념품 샵에서 옷을 사시겠다며 옷을 하나하나 다 입어보셨다. 어제 아이비에커 와이프와 아이비에커 어머니가 입은 우즈베키스탄 전통문양이 아름다워 보이셨던 모양이다.

"얘, 여기 박물관에서 파는 옷들은 초르수바자르에서 파는 옷들과 질이 다르다. 훨씬 고급져."

우즈베키스탄 현금이 많지 않은 엄마는 마음에 들면 신용카드라도 쓸 참인지 마음에 드는 모든 옷의 가격을 점원에게 물어보았다. 나도 엄마의 쇼핑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시키려고 옆에서 열심히 평가도 해주고 나도 입어보았다. 마치 살 것처럼 옷 앞에서 진지했던 엄마는 결국 두 가지 질문 앞에서 멈춰 서고야 말았다.

'한국에서 입어도 파자마 같다는 소리 안 들을까?'

'배낭여행하면서 들고 다닐 수 있을까?'

그 두 질문 앞에서 엄마는 몇 십 분간 입어보았던 옷들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처음으로 우즈베키스탄 예술품을 접하는 만큼 하나하나 꼼꼼히 보고 싶었지만, 심심한 주원이의 독촉 덕분에 정말 속전속결로 미술품을 머리에 담았다. 박물관 앞 커다란 나무 아래서 조금은 숨을 돌렸다.

img.png 박물관 정원 커다란 나무


keyword
이전 15화그는 나에게 코란을 읽어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