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석 | 오늘도 계속 삽니다
집콕 시대의 쇼핑 지침서 한 권
이 책은 삶은 '사는' 것이라는 신념(?)에 따라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을 쇼핑에 할애해 온 글쓴이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1인 생활자를 위한 쇼핑 지침서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테리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 이 관심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간의 변화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변화들을 경험하게 된다면 자신이 몸담는 공간을 소중히 여기고 다루는 일이 생활의 일부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꼭 코로나 19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국은 근 몇십 년간 급격한 도시화와 핵가족의 등장과 해체, 그리고 1인 가구의 폭발적인 증가를 경험했다. 이에 따라 주거의 형태와 방식도 다양해졌고, 그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점차 유연해지는 추세다. 이제는 '혼자 사는' 삶을 일종의 과도기로만 치부하기에는 한국 사회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크다. 독신이나 비혼주의자들이 늘어나는 한국에서 반려자나 동거인 없이 혼자 사는 삶을 불완전한 삶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어야, 아니 바뀌고 있다.
S사와 L사 같은 대기업에서도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1인용 가전제품을 다수 출시하였고, '나 혼자 산다'가 국민 예능으로 자리 잡은 것만 봐도 '혼자 산다'라는 것이 예전에 비해 훨씬 보편화된 주거 방식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혼자 생활을 꾸려가는 시기도 우리의 삶의 소중한 일부분인데, 그 부분도 소중히 다뤄줘야 하지 않을까.
자, 그래서 집콕의 시대에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나 혼자 산다>와 2부 <살림을 하며 삽시다>에서는 기본적인 가구부터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고 공간에 담을 수 있게 해주는 소품들까지, 다양한 물건에 대한 저자의 소비 경험과 추천 제품들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 참고가 되었다.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소품들이나, 흔하디 흔한 의자와 같은 가구의 새로운 기능(?)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3부 <우리는 누군가의 집에서 살림이 아니라 사람을 보게 된다>에서 저자는 물건을 단순히 소유의 대상이 아닌, 자신과 세상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이자 자신의 이야기를 조각조각, 그러나 생생히 담고 있는 사관史官으로 바라본다.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어떤 물건의 소유 혹은 수집 여부를 통해 이는 드러난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 책은 가이드이므로, 취사선택은 개인의 자유다. 그렇지만 적어도 공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한두 가지 정도는 개선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