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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연 Dec 26. 2020

이슬아 | 심신 단련

1인분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몸과 마음 단련하기

일간 이슬아 구독자였던 친구의 추천으로 입문하게 된 이슬아 작가의 도서들 중 <심신 단련>을 완독했다.


당당하고 유쾌한 그녀가 과장 없이 담담하게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녀의 글은 재미가 있으면서도 적당한 깊이를 유지한다. 그녀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과 물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온기가 묻어 나온다. 그 온기는 나처럼 이슬아라는 작가에 빠져들게 된 다른 독자들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다.


세상은 불의로 가득 차 있지만, 이슬아는 그에 맞서 1인분의 정의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의뢰하며 고료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빼놓는 원고 청탁자들에게 고료와 고료 지급일을 명시해달라는 정중하지만 뼈 있는 답신을 보내는 그녀는 너무나 멋있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는 저마다의 정의를 실천하며 부조리와 싸우는 알려지지 않은 멋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슬아는 그 멋있는 사람들 중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책을 내는 한 사람이다. 그녀를 밀레니얼 세대의 아이콘 같은 거창한 수식어로 브랜딩하거나 우상화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녀의 용기와 행동력이 연재 노동자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이야기해보고 싶다.


이처럼 글을 쓰고, 조깅을 하고, 운동을 하고, 채식을 하며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그녀는 프리랜서다.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9 to 6(나인 투 식스)라는 확립된 주기에 맞추어 일하며 주어진 업무를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스스로의 의지와 힘으로 생활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슬아를 포함해 점차 '프리랜서'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소위 'n잡' 또는 '본캐와 부캐'동시다발적으로 소화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스스로 일감을 찾아다니고, SNS를 통해 자신의 작업물을 홍보하는 등의 일련의 행위들은 프리랜서들에게도, 그러한 작업물을 소비하는 일반 대중 및 소비자들에게도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렇듯 유동적인 업무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하고, 대부분의 경우 회사라는 보호막 없이 고스란히 대중에게 노출되는 '프리랜서'라는 직업군에게는 각자에게 맞는 심신단련이 꼭 필요하다. 이슬아가 우리에게 내보인 것은 본인이 1인 출판사의 대표이자 한 명의 작가로서 겪는 다양한 경험들과 그에 대한 본인만의 처세, 그리고 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본인만의 루틴이다.


물론 이슬아 특유의 섬세함과 감수성도 책 곳곳에 녹아 있다. 인생의 거의 삼분지 일을 기숙사에서 보낸 사람으로서, 나는 개인적으로 <여자 기숙사> 편이 크게 와 닿았다. 비록 생활 리듬이나 교과 과정은 학교마다 당연히 다르겠지만, 아직은 여리고 불안한 청춘들이 숙식하는 학교 기숙사라는 곳은 필연적으로 온갖 소동과 소문의 발원지가 될 수밖에 없는 듯싶다.


마지막으로 몇 마디 덧붙이자면, 그녀는 자신을 어떤 대단한 인물생각하지도 않으며, 인기에 짓눌리는 유형도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인지하고 그에 걸맞은 자세와 태도로 연재 노동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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