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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원원 Nov 13. 2023

03. 참 '나쁜' 브랜드 디자이너가 되었다

IT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브랜드 디자이너는 어떻게 일해야 할까.


'성원님은 가장 하고 싶은 디자인이 무엇인가요?'


위의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다 보면, 결국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되곤 합니다.


처음 브랜드 디자이너가 되었을 때, 좋은 브랜드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서적이나 검색을 통해 여러 정보들을 찾았습니다.


브랜드 디자이너의 역할과 업무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상징적인 브랜드 비주얼’, ‘일관적인 시각적 메시지 전달을 위한 가이드 제작’, ‘사람들에게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인쇄물 디자인’, ‘브랜드의 Why?를 고민하는 역할!'


이러한 멋진 역할들은 '좋은' 브랜드 디자인에 대한 제 나름의 믿음이 되었고, '좋은' 브랜드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믿음의 관점에서 현재의 제 모습을 평가한다면, 저는 참 '나쁜' 브랜드 디자이너가 되어 있었습니다.


분명히 브랜드 디자이너는 많은 고민을 담아 브랜드 철학에 대해 비주얼라이징하고, 긴 시간을 들여 핀터레스트에 있는 포스터와 같이 최고의 퀄리티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하루하루 전사의 부서에서 오는 모든 디자인 요청들을 빠르게 처리하기에 바쁩니다.


PR이나 브랜드 소개 자료를 급박한 일정으로 요청할 때, 거절하지 않고 어떻게든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아웃풋을 만드는 데 바쁩니다. 경쟁사에서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나왔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는 페이지가 나올 수 있도록 하루 만에 웹페이지를 제작하기 바쁩니다. 모든 고객 접점에 지금 당장 필요한 작업을 하기에 바쁩니다.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광고 메시지를 빠르게 테스트하는 데 바쁩니다. 이 외에도 브랜드 디자이너로서의 믿음에 어긋나는 나쁜 디자인을 정말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회사 내에서 평가를 받을 때면,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시고 회사에 필요한 사람으로 생각해 주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 이렇게나 '나쁜' 브랜드 디자이너를 좋아해 주시고, 필요하다고 말씀해 주시는 걸까요?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스타트업의 브랜드 디자이너는 기존의 브랜드 디자이너와는 다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이미지는, 처음 브랜드 디자이너를 시작할 때 정의했던 제 업무입니다.  처음 브랜드 디자이너의 역할을 정의할 때는, 마땅히 이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라는 믿음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이 믿음이 곧 많은 스타트업 브랜드 디자이너들을 방황하게 만듭니다.)


처음 정리한 브랜드 디자이너의 역할과 업무


다음의 시트 이미지는 현재 생각하는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업무를 팀에서 정리해 본 것입니다. 이게 브랜드 디자이너가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습니다. 왜 이러한 관점으로 브랜드 디자인을 생각하게 됐을까요?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장기적 관점의 미래를 그리는 브랜드 디자인과 빠른 성장을 위한 그로스 마케팅의 개념을 결합하여 ‘그로스 브랜딩’이란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했습니다.


그로스와 브랜딩을 합친 관점으로 새롭게 정리한 브랜드 디자이너의 업무

그로스 브랜딩 시트 보기


처음 ‘그로스 브랜딩'이라는 개념의 출발은 브랜드 디자인팀의 목적(존재 이유)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했습니다. 팀 미션을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시기, 팀 동료이신 채린 님께서 브랜드 디자인팀의 미션은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너무 당연하고 간단한 것 같지만, 브랜드 디자인팀의 미션으로 더는 필요한 설명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KPI, 지표, 매출과 같은 숫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 부서나 임원진이 이를 공감할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결과로 우리가 어떻게 평가받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브랜드', ‘사랑'이라는 감성적인 디자이너의 언어를 회사의 언어로 바꿔 어떻게 하면 ‘사랑'이라는 경험이 생기고, 이 ‘사랑'은 회사의 목표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탐구해 나갔습니다.



다음 글에선 '사랑'에 대한 탐구 과정들, 그로스 브랜딩, 지표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브랜드 자산에 대해 심도 있게 설명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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