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일은
때로 나를 고장 난 시계로 만들어놓기도 하며
발목을 부러트려놓기도 하며
도수가 어긋난 안경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해서
자주 무언가를 잊거나 놓치고
움직일 수 없거나 마음을 절룩거리게 하며
세상은 이미 그대로인데
유리창을 닦으면 깨끗해진다는
착각을 안고 살게 만든다
감각에 착오가 생긴 것이든
시선에 이물질이 낀 것이든
찰나를 전부로 여기고
나는 그것만을 진실로 여긴다
기록하기 전과 기록한 후의 사실관계에서
포장하려는 나와
포장할 수 없는 나를 발견하고
추악한 속내에 몸서리치다가도
주사위를 굴리듯
무당이 쌀을 촤르르 뿌리듯
운을 시험하고
점수를 결정하며
나의 가장 어두운 면과 차곡차곡 대조해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꽤나 억지스럽고 억척스럽지만
솔직하지 못하고
조각과 조각은 맞지 않으며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음을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른다
모순으로 가득하고
구제불능이고
시시때때로 엉클어지는 그 그림이
어쩔 수 없이 나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