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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엔카페인 Jan 27. 2021

연안부두를 떠나는 SK,
연안부두에 들어올 신세계

SK에서 SSG로. 6번째 이름을 다는 인천 야구

"어쩌다 한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 인천! SK!"


대부분의 야구 팬들에게 인천 야구를 물어보면 어디를 가장 많이 기억할까? 아마도 가장 많이 나올 답은 "인천 SK"이라고 생각한다. 인천 야구의 지역 응원가중 하나인 연안부두가 아마 이 방증일 것이다.


인천 야구 팬들에게 야구는 애증의 공놀이 그 자체였다. 모두가 알고있는 프로야구 최약체 삼미 슈퍼스타즈와-청보 핀토스, 그 구단을 인수해 시작했던 태평양 돌핀스. 그리고 인천 팬들의 마음에 너무나도 큰 상처를 주었던 현대 유니콘스까지. 구도(球都)인천이라고도 한때 불렸던 인천 야구는 어쩌면 SK가 자리 잡기까지 상처와 패배 속에서 너무나도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랬던 인천 팬들의 마음을 알아서였을까, 창단 초중반 SK는 전국구 팬을 노리는 대신에 [인천 SK] 라는 구호와 함께했다. 야구가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한창 인기를 찾기 시작했을 시점이었기에, SK의 지역 강조 마케팅을 다들 의심했었다. 하지만 SK는 이를 비웃듯 실력으로 2007년 우승을 시작으로 KBO 4회 우승, 한국시리즈 8회 진출, 포스트시즌 12회 진출 등 꽤 오랫동안 왕조로, 강팀으로, 인천의 자부심으로 자리잡았었다. 그 중심속엔 여전히 "인천 SK" 라는 구호가 함께했다. 


"우리는 먼저 인천팬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해요. 인천팬들은 상처가 많아요. 인천만의 한이 있습니다. 우리가 인천 팀이라는 걸 보다 확실하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라는 류선규 단장의 과거 발언은 인천 야구의 역사를 보아 왔을 때 외면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SK 와이번스 신세계에 매각,,, 1300억 규모" 


최주환의 영입이후 잠잠하던 SK의 스토브리그에 핵폭탄이 떨어진건 지난 26일이었다. 무언가 큰 핵폭탄이 떨어질꺼라더니 그 핵폭탄은 인천을 향했고 아무도 예상못한 야구단 인수기사가 발표되었다. 


사실 키움이나 두산처럼 자금난을 겪고있는 경우라면 어느정도의 예상은 갈 수 있으나, SK는 자금의 문제도, 구단 운영의 문제도 아니었단 점에서 모든 야구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당사자인 SK팬들은 신세계 그룹에 기대하는 반응 반, SK에게 실망했단 반응 반으로 갈렸고, 대부분의 야구팬들도 너무나도 급작스러운 SK의 이탈에 흔히 말하는 "멘붕"을 겪었다.


변하지 않은 야구단은 많지 않았다. 1982년 프로야구 창단 이후 연고와 구단이 변하지 않은 구단은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가 유일하다. 그마저도 삼성은 현재 삼성 스포츠단 자체를 삼성 산하인 제일계획이 운영을 하고 있으니 롯데 자이언츠가 사실상 유일하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천 야구의 이름은 너무나도 자주 바뀌어왔다. 다른 지역이 많아야 한두번이었다는 걸 감안한다면 인천 야구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번 매각을 좋지 않게 바라보기도 한다.


서울>OB-두산/MBC-LG+히어로즈

수원>현대-KT

대전>빙그레-한화

광주>해태-기아

인천>삼미-청보-태평양-현대-SK-신세계


각 지역별로 한번의 낯섦을 경험했던 것과 달리 인천은 5번이나 이별과 새로움을 맞이해야했다. SK의 결정이 팬을 버렸다는 표현을 하긴 조금 어려우나, 인천 SK로서 접근했던 구단의 마무리는 [인천 SK]에 큰 의미를 부여했던 사람들에겐 또다른 상처였을 수 있다.



그래도 내 마음속 인천은 SK였는데

그럼에도 매각은 진행되었다. 이마트 와이번스, 신세계 와이번스라는 여러가지 말이 나왔지만 현재로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앞의 이름은 SSG+뒤의 팀 이름은 와이번스 대신에 다른 이름을 사용한다는 정도이다. SK가 떠나는 것도 슬픈데 와이번스까지 없어진다니.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같던, 우승의 역사를 함께했던 와이번스마저 지키고 싶던 사람들에겐 조금 많이 아쉬운 이야기일 수 있다.


당장 신세계 야구단이 해야할 일은 상처 받은 인천 야구팬 마음을 보다듬어야함과 동시에 SK가 보여주지 못했던 적극적인 투자를 함으로서 새롭게 인천 야구가 발돋움 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것이다. 당장 신세계는 2024년 청라 스타필드 개장과 동시에 이마트 돔을 청라에 짓겠다는 플랜을 발표하였다. 스포츠에서 투자와 승리는 큰 연관이 있는 만큼 적극적 투자는 승리의 지름길이 된다. 마치 NC 다이노스가 마산팬들을 끌어안고 거대한 투자로 올해 우승을 투자한 것처럼 말이다. 마산 아재들만 믿고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NC와는 다르게 신세계는 SK의 20년간 노하우와 선수단까지 끌어안고 시작을 한다. 여기에 신세계의 자본까지 더해진다면? 인천의 야구는 현대 유니콘스가 쌓아올렸고, SK 와이번스가 왕조를 펼쳤던 멋진 순간들을 다시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20주년 기념 SK 창단 유니폼을 입은 이 날은 결국 SK 와이번스로서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그와 별개로 SK의 이별은 너무나도 놀랍고 한켠으론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구단명이 바뀐것은 07년 현대 유니콘스가 히어로즈(그당시 우리 히어로즈)로 변경된 것이 마지막이며, 구단 인수 역사는 01년 해태 타이거즈가 기아 타이거즈로 바뀐 것이 마지막. 


어린 시절 인천과 가까운 곳에서 초중고를 나오며 아빠 차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인천으로, 문학야구장으로 자주 갔던 기억은 아직도 내 기억속 한켠에 깊이 새겨져 있다. 너무 쌘 팀을 싫어하는 성격탓이었을까SK가 얄밉게 야구를 너무 잘하고 왕조를 세우며 잘 나갔을 시절 "타도 SK" 를 외치곤 했었다. 그래도 내가 응원했던 구단은 아니지만 내 추억이 없어진다는건 조금은 많이 아쉽다. SSG, 솔직히 입에 잘 안붙는다. 이마트 돔? 더욱 입에 안붙는다. 참 찰떡같이 이뻤던 [인천 SK 와이번스]가 제일 잘 어울리는데. 좀 아쉽다. 많이 아쉽다. 그럼에도 보내줘야한다는게 더욱 아쉬운 것 같다. 


잘해라 신세계. 그리고 안녕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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