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문화예술 공간 중 하나인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 대해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저는 요새 한동안 회사 일 때문에 정신이 너무 없었는데요- 이대로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하다가는 온통 제 삶이 일로만 가득차게 될 것 같아서, 이렇게 바쁠 때일수록 더욱 여유를 내어서 제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이번에는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서 제 삶에 대해, 단순히 일이 아닌 온전한 제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왔어요.
문화예술 활동 하면 보통 뮤지엄이나 갤러리를 많이 생각하는데요, 의외로 예술 경매장들 (크리스티 경매장, 소더비 경매장)에 방문해 보시면 정말 새로운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나실 수 있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추천드려요.
두 경매장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보셔서 관심이 있는 경매품들이 있으시다면, Private Appointment를 잡고 가시면 더욱 좋아요. 그러면 경매장 직원으로부터 각 작품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답니다.
저는 이번에 소더비 경매장에서 경매 예정인 Impressionist & Modern Art 경매품들을 보러 다녀왔어요. 이 중 제가 맘에 들었던 작품들을 소개해드리며 제 생각을 나눠볼게요.
제가 가장 마음에 들덨던 작품은 바로 Jean-Pierre Cassigneul 의 Le Compotier이라는 작품이었어요. 이 작품을 처음 본 순간 너무나도 매료되어서 한참을 이 작품 앞에 서 있었어요. 작품 속 여인이 제게 무언가 말을 거는 것 같았어요.
"너는 무엇을 위해서 그리 일을 하고 있는거야? 너는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거야?"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그녀의 몽환적인 눈빛 속에서 나는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삶을 살다보면 단순히 내 삶에 주어지는 대로 그대로 살아가기가 참 쉬운것 같아요. 아무런 생각없이. 마치 최근 제게 주어진 일들을 아무 생각없이 빨리 해치워버려야 된다라는 생각만으로 일을 해왔던 제 모습 같이요. 그런데 이렇게 나에게 주어지는 대로만 삶을 살게 된다면 조금은 슬프지 않아요? 그건 내가 만들어가는 삶이 아니잖아요.
내 삶에 무슨 일이 주어지든, 주어진 그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해서 나의 삶의 소명에 비추어 삶을 대하고 그 일의 의미를 이해할 때, 정말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예를 들어서, 회사에서 일을 하더라도, 단순히 일을 주어지는대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통해서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지금 이 일은 (물론 내가 원했던 일은 아닐지라도) 나중에 나의 삶의 소명을 위해 어떠한 멋진 자양분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좋겠지요.
조금 더 자세히 제 예시를 들어서 말씀드릴게요- 저는 최근에 갑자기 새로운 업무로 전환을 하라고 지시를 받았는데요. 문제는 제가 하고 있는 현재 일을 맡아서 할 후임자가 없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업무로의 전환을 해야 된다는 것이었어요. 즉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하면서, 새로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두사람의 일을 해오고 있어요. 단순히 주어진 상황 속에서만 일을 하자면 사실 명확하지 않은 업무 전환에 화가 날 수 있어요. (사실 처음 몇주간은 화가 나고 굉장히 많이 지치더라구요) 하지만 이 일을 제 삶의 소명에 비추어서 생각해보기 시작한 이후로는 이 경험도 참 감사한 경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제 삶의 소명 중 하나가 한국의 멋진 회사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와주는 든든한 다리와 같은 VC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가 글로벌 진출과 함께 성장함에 있어서 필연적인 조직 변경 및 직원들의 업무 전환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할거에요. 조직 변경 및 업무 전환을 직접 자주 겪어보지 않은 경영자의 입장에서 compassionate하게 조직 운영을 하기 어렵겠죠? 저는 이러한 조직 변경 속에서 업무 전환을 두번째 겪어오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직원들에게 어떤 부분들이 가장 챌린지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지금은 직원이지만, 나중에 언젠가 경영자가 되는 그날에는, 지금의 경험이 저의 직원들을 이해하는데 멋진 자양분이 될거라고 저는 믿어요.
이렇게 제 삶의 소명에 비추어서 제게 지금 주어지는 일들을 대할 때, 제가 어디로 나아가는지를 이해하고 현재의 일들을 대하게 되기 때문에 현재에 감사하고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두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Francoise Gilot의 Simlpy From Heart- A Dish of Fruits라는 작품이었어요. 참고로 Francoise는 피카소의 5번째 와이프라고 해요. 제가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닌 그녀의 Signature 때문이었어요. 작품의 오른쪽 하단 부분을 보면 그녀의 Signature가 있죠. 저는 제가 지금까지 보았던 그 모든 Signature 중에서 이렇게 참신한 디자인은 처음 본 것 같아요.
제 눈에는 그녀의 Signature가 동양과 서양의 미를 완벽하게 조화시킨 다지인으로 보였기 때문이에요. 그녀의 Signature은 단순히 보면 그녀의 Last Name인 Gilot을 이미지화 한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멋지다고 느낀 것은, 이 이미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동양적인 요소들이 많이 숨어있기 때문이었어요.
전체적인 이미지를 보자면, 마치 동양의 둥근 한옥 창의 모습을 띄는 것 같아보였어요. 그리고 좀 더 자세히 이미지를 들여다 보면, 알파벳 O와 T가 만들어내는 부분이 한자 可 와 비슷해보여서 신기했어요. 특히나 可가 "능히 할 수 있다" 라는 긍정적인 뜻을 지니는 한자여서 더욱 마음에 들었구요. 물론 그녀가 이를 의도적으로 만들었는지는 전혀 알바가 없으나, 저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쏙 들었답니다. 동양의 미와 서양의 미의 조화를 그녀의 Signature에 녹여낸 것 같아서요.
Impressionist & Modern Art 경매품들을 보고 나서는 2층과 3층에 있는 다른 경매품들을 구경하러 갔는데요- 사실 저는 이곳에서 더욱 재미있는 작품들을 많이 발견했어요. 역시 삶이란, 계획하지 않은 부분에서 이런 예상치 못한 즐거움들이 있어서 재밌는것 같아요. 제가 보려고 계획하고 왔던 Impressionist & Modern Art 작품들도 좋았지만, 제가 계획하지 않았던 우연히 보게 되었던 2층과 3층에 위치한 작품들이 제게는 더욱 큰 깨달음을 주었거든요.
오늘 제게 가장 큰 깨달음을 준 작품은 바로 이 작품이었어요. 해당 작품은 Kehinde Wiley의 Passing/ Possing (St. Thomas The Apostle)이라는 작품이에요. 이 작품이 마음에 든 이유는 일반 예술 작품의 틀을 깨는 작품이었기 때문이에요. 아니 그 누가!!! 액자의 Frame을 저렇게 45도 돌려둘 생각을 했을까요? 다른 작품들은 얌전히 캔바스의 네모난 Frame안에 있는데, 이 작품은 무언가 너무 Chill 하게 45도 액자를 돌려두었어요.
이 작품을 보면서 내 생각이 너무 네모난 Frame 안에서만 가두어져 있는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림 작품들이 반듯한 네모 캔바스안에만 그려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제게 보여줌으로, 제가 지금 하는 일들도 전임자가 해온 그대로 일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주었어요.
그렇잖아요- 굳이 네모안의 Frame에 맞춰서만 그림을 그려야 하나요? 네모를 이렇게 돌려볼 수도 있고, 동그라미에도 그릴 수 있고, 삼각형에도 그림을 그릴 수 있죠. 우리가 흔히 꼭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오던 생각의 틀을 벗어난다면, 새로운 멋진 시도들을 할 수 있어요.
회사에서도 그렇죠. 전임자가 해오던 방식대로 업무의 인수인계를 받아서 해야 한다고 누가 그러던가요? 내가 새롭게 일을 하는 방법을 만들면 되는걸. 다만 해당 업무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만 명확히 이해를 하고, 그 목표를 어떻게 하면 나만의 방식대로 새롭게 이루어 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이해 관계자들을 이해시키면 되는것이죠. 이렇게 생각하니 제게 주어진 새로운 업무를 어떻게 하면 새로운 관점에서 시도해 볼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면서 신이 나던걸요.
마지막으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앤디워홀의 "Diamond Dust Oxidation Painting" 이라는 작품이었어요. 사실 이 작품은 실제로 봐야 그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요. 다이아몬드 가루를 뿌려둔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방향에서 작품을 보느냐에 따라서 즉 독자의 시선에 따라서 작품이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이에요. 저는 이 작품 앞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보이는 작품의 반짝거림을 한참을 바라봤어요.
다이아몬드가 아무리 뿌셔져서 이렇게 가루로 떨어져 있어도 그 찬란한 아름다움을 절대 감추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 어떤 각도에서든 찬란히 빛이 나고 있고 이의 진가를 알아보는 누군가는 바로 나처럼 이 작품 앞에서 한참을 바라보며 appreciate할 것이라는 위안을 주는 작품이었어요.
마치 회사에서 제대로 내 진가를 인정받지 못해서 힘이 드는 나에게 무언가 힘을 내라고 지치지 말라고, 너의 진가는 누군가는 알아줄 것이라고 위로해주는 것 같아서 감사했어요. 손을 들고 있으면, 나의 자리에서 나의 할 일을 다한다면, 누군가는 나를 알아 봐줄거라고. 누군가는 나의 빛나는 다이아몬드 모습을 보고 나의 손을 꼬옥 잡아줄거라고. 그러니 그때까지 힘을 내고 꾸준히 손을 들고 있자고.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좀 더 인내하라고 이 작품의 소소한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는 것 같았어요.
소더비 경매장에 가기 전에는 사실 회사일로 마음이 참 힘들었는데, 새로운 작품들을 만나며 멋진 깨달음과 위로를 얻고 나니 다시 힘이 났어요. 일이 바쁘고 마음이 힘들수록 꼭 이렇게 조금이라도 여유를 내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이 참 좋은 것 같아요. 너무 나의 세계 속에만 매몰되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며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세계를 만나봄으로 (그 형태가 그림이 되든, 음악이 되든, 음식이 되든지요) 새로운 관점에서 나의 삶을 바라보게 되거든요.
오늘 하루,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몸도 마음도 지쳤다면, 내일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어서 그림구경 가보시는 것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