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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정 Jun 16. 2020

브랜드, 에너지에 끌린다

아이돌 팬덤에서 브랜드 팬덤을 배우다

가수들의 콘서트.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가 뿜어져 나오는 타이밍이 있다. 무대 위에서 혼신을 다한 퍼포먼스를 목도하는 순간, 에너지를 감지하는 순간이다.


내가 콘서트, 그중에서도 락 콘서트를 그렇게도 좋아하는 이유다. 나는 발라드 가수들의 절제된 에너지보다 락커들의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에너지에 더 잘 감응한다. 강한 에너지는 주위의 것들을 자신의 주파수 안으로 끌어들이는 자석과 같다.


주위의 것들을 잡아 끄는 강한 에너지는 원숙한 아티스트에게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상하게도 우리는 이미 익숙하고 원숙한 아티스트보다, 미숙하지만 낯선 아티스트에게 매료되는 경우가 더 많다. 왜 그럴까? 전에 없던 놀랄만한 퍼포먼스를 선보여서가 아니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신선한 에너지 때문이다.


“아이돌 팬들 입장에서는 그 안무가 얼마나 뛰어나냐 뛰어나지 않으냐 이전에, 멤버들이 굉장히 열심히 해서 저걸 맞췄다는 게 중요합니다.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가 있거든요. 그 에너지가 사람을 감정적으로 확 이끄는 힘입니다.” (울림엔터테인먼트 이중엽 대표)


변화를 열망하고 성장을 꿈꾸는 모든 사람에게는 에너지가 있다. 우리 모두는 그 에너지를 좋아한다. 에너지는 움직이고 변화하게 만드는 바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젊은것, 살아있는 것, 생기 있는 것을 좋아한다. 머물러 있는 것은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누구나 신인일 때는 열심히 콘서트를 준비한다. 팬들과의 작은 만남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모든 활동에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의 포지션에 이르면 더 이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에너지가 약해지는 것이다. 에너지는 상대적인 것, 스타들의 에너지가 약해지면 팬들의 에너지 역시 약해진다.

 “성장하고자 하는 꿈이 에너지로 느껴집니다. 그게 사라지면 팬들은 정확하게 알아챕니다. (울림엔터테인먼트 이중엽 대표)”.


에너지를 잃었을 때, 꿈은 끝나고 성장은 멈춘다. 꿈꾸지 않는 스타, 에너지를 잃은 스타는 매력이 없다.


신생 브랜드인데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 브랜드는 이미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모든 신생 브랜드들은 변화를 일으키려는 에너지, 고객에게 감응을 주려는 에너지를 품고 있어야 한다. 카테고리의 생태계를 변화시키려는 욕망, 1위 브랜드를 향한 무모한 도발, 고정관념을 깨는 색다른 스타일. 이런 것들이 신선한 에너지다. 그것이 이 혼파망의 세계에서 존재를 드러내는 길이다.


안경업계 생태계를 지배하는 룩소티카에 반기를 들고 ‘왜 안경이 그렇게 비싸야 하냐?’고 일갈했던 와비파커. 골리앗과 같은 룩소티카보다 다윗 같은 와비파커를 사람들이 더 지지하는 이유는 뭘까? 다윗이 가진 에너지 때문이다. 단단하게 고착화된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고 말겠다는 무모한 의지에서 나온 에너지. 모든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 회심을 다해 쏘아 올린 작은 조약돌 하나에 골리앗이 무너졌듯, 작은 브랜드도 뚜렷한 목표를 향해 에너지를 모을 때 대중들을 감응시킬 수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이 지나고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후에도 그 에너지가 변함없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언제까지나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역사가 흘러도 에너지를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해낸 브랜드들은 존중을 받는다. 애플, 나이키, 디즈니, 코카콜라… 이들은 모두 이것을 해낸 브랜드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브랜드 중 하나인 코카콜라는 130년의 역사 내내 에너지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스티브 잡스는 코카콜라의 CEO를 영입하며 ‘평생 설탕물만 팔며 인생을 보낼 텐가?’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설탕물인 코카콜라는 인터브랜드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 수십 년째 10대 브랜드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변함없이 행복의 에너지를 세계 곳곳에 전파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Happiness’와 ‘Togetherness’를 중심으로 행복의 에너지를 전파하는 코카콜라의 기상천외한 캠페인들은 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에너지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힘이다. 에너지가 없는 것의 특징은 머무르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 새로운 시도, 새로운 타깃, 새로운 스타일을 공략하지 않는다면 그저 머무르는 것뿐이다. 에너지는 움직이게 만드는 힘인 동시에, 움직임을 통해 만들어지는 힘이다. 과거의 스타일, 소극적인 시도, 늙어가는 타깃에게 만족한다면 그 브랜드에게는 더 이상 에너지를 느낄 수 없다. 에너지가 없는 브랜드는 새로운 고객을 끌어당기지도 못하고, 기존 고객을 붙잡지도 못한다.


정체하던 브랜드가 되살아나기란 쉽지 않다. 움직이던 것이 계속 굴러가는 것보다, 멈추었던 것이 다시 굴러가기란 얼마나 더 어려운가? 그러나 우리는 그런 사례들을 지금 몇몇 브랜드에게서 보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과감한 스트리트 패션을 포용하면서 변화하는 에너지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우아하게 잊히던 구찌가 어떻게 핫한 브랜드의 아이콘이 되었는가? 알렉산드로 미켈레로 상징되는 새로운 에너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발렌시아가, 루이뷔통 등도 마찬가지다.


에너지란 변화의 욕망, 성장에 대한 꿈이다. 우리는 강한 에너지를 가진 것에 끌린다. 누구든 무엇이든, 사람의 눈길을 끌고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결국 에너지다.


“처음 봤을 때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몸에 활력이 넘치고 표정도 생생하다. 배우에게 그 첫인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디션이 번개 같은 찰나의 순간에 결정된다면, 나는 그 찰나의 순간을 어떻게든 잡아채고 싶었다. 오디션은 삼분 안에 결정되는 잔혹한 경쟁이지만, 보석은 그 짧은 시간에도 스스로 빛을 발한다고 믿었다. (걷는 사람, 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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