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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에 Nov 30. 2020

코로나로 인한 14일간의 격리생활 초반부를 지나며

자유 시간

중국 입국과 함께 시작된 격리시설에서의 생활이 오늘로 3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방문을 열면, 요란한 경고음이 발생한다. 혹여 모를 탈출을 경고하려는 듯이.

매일 두 차례, 얼추 정해진 시간에 체온 측정을 하러 방호복으로 무장한 사람이 문을 두드린다. 어서 나와 검사받으라고.

매일 세 차례, 도시락을 가져다주는 사람도 방호복으로 무장한 채, 문 앞 의자 위에 도시락 봉지를 올려놓고선 문을 두드리고 사라진다. 가져다 놓았으니 알아서 하라고.


창문은 있으나, 문은 환기 정도 시킬 수 있을 만큼만 열어 둘 수 있다. 시원한 공기와 바로 옆 학교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오히려 반갑다. 그러나 오늘은 휴일이라 학교는 조용하다.

창문 너머 저만치 멀리 보이는 언덕에는 단층 아파트 단지가 차지하고 있고, 가까운 변두리 도로변에는 자동차와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방안 바닥 곳곳은 가져온 여행가방과 함께 현지에서 보내온 햇반, 컵라면 등이 든 박스가 입을 벌리고 있다.

어떤 분은 혹시 모를 코로나 염려 때문에 왁스로 청소를 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으나, 나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앞서 격리를 경험한 선배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앞으로 맞이할 5~6일째가 고비라고 하였다. 지금까지 홀로 타의에 의해 완전히 격리된 생활을 해 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예단할 수 없다.


1일차,

위챗에 들어가서 담당 부처에서 요구하는 심리평가 체크리스트에 답해야 했다.

지난 1달간의 수면 패턴 및 심리적 상태와 관련된 문항들이었는데, 격리 14일을 잘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인지 여부를 사전 체크하고자 하는 의도로 이해된다. 스스로 자문을 해보았으나, 딱히 대답하기 주저되는 문항은 없었다.

걱정이 되었는지 지인들이 전화, 카톡 등으로 안부를 물어왔으나, 아직은 느낌이 그다지 없다. 잠시 휴식하러 호텔에 잠수 탄 느낌이랄까?


2일차,

벽면 전기 콘센트에서 플러그를 뽑았다가 다시 끼워 넣지를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상당한 힘을 주었으나, 플러그가 들어가질 않는다. 여러 차례 시도를 했다가 중단했다.

이전에 다른 기구에 무리한 힘을 가했다가 오히려 일을 망친 적이 있기에 여기서 잘못되면, 전기를 필요로 하는 모든 기기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핸드폰, 아이패드, 전기포트 등등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것들이 없는 남은 12일 동안 결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만일 고장이 났다면, 코로나 격리시설에 누가 수리하러 오겠으며, 또 수리를 용인하지도 않을 것 같았다. 혹시 요령이 있을 듯하여 급하게 현지 지인에게 SOS를 타진했다. 그도 다소 황당해하는 분위기였다. 직접 보지를 못하니 뭐라 할 수 없지만, 요령껏 잘해보란다.

그랬다. 요령이 필요했다. 3개의 코가 달린 플러그를 끼워넣기 위한 요령은 아래 위로 조금씩 흔들어가며 적당한 힘을 가해서 끼워야 했다. 오늘 중국 생활을 위한 또 한 가지 요령을 체득한 셈이다.

잠시 헛웃음이 난다.


3일차,

욕심은 끝이 없나 보다. 출국하며, 중국에서 한국으로 국내와 동일한 요금으로 전화할 수 있는 데이터 전화요금제로 가입해왔다. 지난 이틀간 유용하게 한국으로 요금 걱정 없이 통화할 수 있어 좋았다.

갑자기 찾아든 생각, 데이터 통화라면...아이패드 (통신칩이 없는 기종)에서도 페이스타임이나 카톡 보이스톡처럼 통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실행해서 해당 앱을 아이패드에 깔아버렸고, 인증번호까지 넣어서 “baro”통화가 가능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곧 착각이었음이 드러났다. 정말 큰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핸드폰에서 좀 전까지 실행되었던 데이터 통화 기능인 “baro” 기능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내 핸드폰 번호로 다른 기종에서 새로이 등록이 됨에 따라 기존에 인증되었던 baro 등록이 삭제되었다는 뜻이었으며, 콜센터의 지원을 얻어 우여곡절 끝에 다시금 되살리게 되어 다행이었다.

사람이 홀로 지내며, 혼자만의 상상력을 너무 많이 사용하다 보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저지르게 되는가 싶어 오늘도 헛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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