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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에 Dec 20. 2020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의 생활 시작하기

지난 1주일을 돌아보며

후이저우라는 도시는 광저우에서 약 2시간 거리의 2 선급에 준하는 도시라고 지인이 전한다. 이 곳에서 홍콩도 차량으로 약 2시간 거리이다. 도시 면적은 한국의 경기도 정도이지만 인구는 절반에 못 미치는 약 5백만 명 정도가 살고 있다. 이곳은 작년까지는 삼성전자 공장이 가동되었었고, 한국 회사들도 다수 있어서 대략 2~3천 명 가량의 한국인들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단다. 중국 업체인 TCL 등, 큰 회사의 공장도 보인다. 아직은 성장하는 도시라서 그런지 군데군데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들이 보이고, 들은 바로는 지역별 차이가 있지만, 새로 지어진 아파트 중에는 입주율이 매우 낮은 곳도 있단다.


지인들은 대부분 서울의 강남처럼 새로 건설된 지역인 장베이(강북이라는 의미)라는 곳에 거주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생활환경이 편리하기 때문인 것 같다. 머물고 있는 호텔 근처 백화점 인근을 들려보았다. HuaMao라 부르는 곳은 아마도 가장 최근에 건설된 듯하였고, 내부는 꽤 화려하다. 고급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고, 주변에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주상복합형 단지들이 조성되어 있다. 거리엔 깔끔하게 단장한 상점들이 군집해 있다. 이 곳에서 목도한 사람들은 여유로워 보인다. 2~3백 미터 남짓 걸어서 본 전철역 주변 한 공간에는 그야말로 소형 바이크 (서민들의 이동수단)가 인도를 가득 채우고 있고,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공간만이 허락될 뿐이다. 아마도 사람들이 이런 것을 용인하는가 보다 생각된다. 주변을 걸어보니 후이저우시 정부 건물과 체육시설, 전시관, 박물관, 시민 공원 등이 조성되어 있다. 도시는 낡은 시설과 새로운 시설이 공존한다. 한 블록 안쪽에 위치한 아파트로 보이는 건물은 매우 허름해 보이고, 걸어놓은 세탁물들이 그곳이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도로에도 자동차와 바이크가 함께 어우러져 달린다. 엄마가 운전하는 바이크 뒷 공간에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어린이가 일어선 채, 엄마 어깨에 손을 얹고서 달리는 바이크를 타고 있는 모습이 워험해 보인다. 이 곳에서는 바이크는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저렴한 교통수단인 듯하였고, 지인에게 물어보니 가격도 매우 저렴하고, 또 면허증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이다. 중학생 정도면 타기도 한단다. 도로를 주행하는 모습이 외지인의 눈에는 걱정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이 곳에서는 그들만의 묵시적 질서가 있는 듯하다.


살아갈 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서 몇 군데 집을 보기로 했다.

둘러본 아파트 단지들은 보안이 단지 출입 통제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각 건물동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또다시 출입카드가 필요하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이 곳이 중국이구나를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색채를 볼 수 있고, 집의 내부구조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면으로 거실이 있고, 방은 한쪽 측면에 복도식으로 3~4개의 방과 화장실이 양옆으로 나란히 배열되어 있다. 부엌은 현관 출입문에서 비교적 가까운 쪽에 별도로 공간을 갖추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자그마한 편이다.

각각의 단지마다 특색이 있는데, 아파트 단지 내부에 대부분 크고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마음에 드는 한 곳은 인공호수가 조성되어 있다. 호수에는 백조가 노닐고 있다. 리조트 같은 느낌이랄까. 20층 거실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그림이다. 중앙부에 큰 호수가 조성되어있고, 호수 주변으로 아파트 단지가 빙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이곳도 구식과 신식이 공존한다. 지인의 설명으로는 한국처럼 한꺼번에 단지가 조성된 것이 아닌, 상당한 시간 격차를 두고 한 울타리 내에 건설되다 보니 그런 모습이 된 듯하다고 한다. 5층쯤으로 되어 보이는 아파트 단지와 높은 빌딩식 주거시설이 함께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월세로 집을 구하려다 보니, 기본적인 가구가 갖추어진 곳을 둘러보았는데, 참 다양하다. 공간의 모습이 그곳에 기거했던 사람의 생활양식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듯하다.


12월 현재, 이 곳의 기온은 낮 최고 20도에서 저녁에는 10도 정도이다. 이번 주 들어서 기온이 떨어진 탓인지, 다소 추위를 느끼며, 한국에서 가져온 겨울 외투를 꺼내 입어야 했다. 지인이 전하는 웃픈 이야기는 걱정을 더한다. 그가 보여준 사진 속에는 방안 침대 위에 캠핑용 텐트가 설치되어 있다. 그는 난방이 되지 않는 이 곳의 특성상 겨울밤에는 창문을 통해 전해지는 한기를 막기 위한 방책이라고 한다. 지금 지내고 있는 호텔에서는 인지하지 못한 사실이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기 위해 방문했던 보건소 건물이나, 체류를 위한 신체검사차 방문했던 검진센터에서의 경험도 한국과는 달리 난방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오히려 건물 바깥이 햇볕으로 인해 더 따뜻한 느낌이었다.

나에겐 적응의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바쁜 시간을 쪼개선 겨우 현지 전화번호를 개통했고, 위챗을 재설정했다. 그런데 아직도 위챗 페이를 사용하기 위한 준비는 안 되어있다. 오늘 지인에게 현금을 주고 위챗 페이를 받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마지막 단계에서 본인 명의로 된 은행계좌 입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아직이다.

내일도 이 곳에서 당연한 결재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는 낯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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