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한 수단
내가 사는 곳은 도심 한복판이다. 그런데 가끔은 청명한 새소리가 아침잠을 깨운다. 녀석들의 이름이 뭔지는 모른다. 그러나 핸드폰에서 아침을 알리는 모닝콜 멜로디와 매우 흡사하고 나름 괜찮다. 두 녀석이 21층 높이까지 높이도 날아와서 베란다에 앉아있다. 참새 정도의 조그마한 크기다. 한참을 멍하니 지켜본다. 마침 오늘은 휴일 아침이라 여유롭다. 녀석들이 날아가버린 후, 베란다로 나선다. 저 멀리 서울의 한강과 같은 ‘东江(동강)’과 건너편 건물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보이는 풍경은 참 평화롭다.
때마침 5월 1일부터 5일까지, 5일간의 짧지 않은 연휴다. 들은 바, 이곳 사람들이 이 시기를 이용해 많이들 이곳저곳으로 이동을 한단다. 나름 이름 있는 곳이면 여기가 역시 중국이구나를 절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벌써 30도가 넘는 여름 날씨 탓에 조금 이른 아침을 챙겨 먹고,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던 강 건너 ‘서호(西湖)’라는 나름 이곳의 명소를 둘러보기로 한다. ‘서호’는 소동파라는 중국 송나라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받는 사람이 얼마간 머물렀다 하여 나름 사람들이 많이들 찾는 곳이다.
가는 길에, 처음으로 이곳 대중교통을 경험해 보기로 한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찾아본 중국에서의 버스 타기는 너무나 심플했다. 이미 깔려있는 핸드폰의 위챗 머니 코드를 읽혀주면 끝인 듯하였다. 타야 하는 버스 노선 또한 그리 어렵지 않다. 딱 한 정거장만 가면 되니까. 그러나 간단할 것만 같았던 이곳에서의 버스 타기 첫 경험은 시행착오를 통하여 체득했다. 몸은 다리 건너 목적지까지 옮겨졌으나, 무안하고 당황스럽다. 버스를 타며, 바코드 리더기에 위챗 머니를 가져다 대었고, 곧바로 버스 뒷좌석으로 가서 앉았다. 그런데 버스기사가 중국어로 뭐라 하는 듯하다. 알아듣지 못하였으나, 건너편 옆자리에 앉은 노인이 힐끗 내쪽을 쳐다본다. 무언가 잘못된 듯하다. 가만히 위챗으로 버스비가 결재되었는지를 확인해 본다. 결재가 되면 날아오던 메시지가 없다. 결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리더기에 정확하게 내 머니 코드를 가져다 대었고, 읽혔을 텐데…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버스 기사에게 가서 부딪쳐 보기로 한다. “미안합니다만, 중국어를 잘 못하니 양해해달라고 이야기했다” 버스 안 리더기 옆에 붙어있는 바코드를 핸드폰으로 읽으라는 듯하다. 그랬다. 이곳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해당 앱의 바코드 리딩을 통해서 내가 인증되어야 했던 셈이다. 서둘러 인증을 진행하려 했으나, 뭐라 쓰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평상시 같았으면, 번역 앱을 돌려서 무슨 내용인지 파악할 수 있으련만, 달리는 버스에서 그것도 당황한 탓에 제대로 인증이 진행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버스기사에게 더듬더듬 “내려야 한다. 그러니 양해해 달라는 의사”를 표한다. 기사도 수용하는 모습이다. 이 곳의 버스비는 “2 Rmb (약 340원)”이다.
버스에 내려 걷는 길에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잠시 비를 피하려 들린 곳에서 버스에서 리딩 해둔 앱을 통해서 인증을 시도해본다. 다행히도 돌아오는 길에 다시 탄 버스에선 정상적으로 작동된다. 이곳에서 버스 타기 위한 1차 시도는 가는 길에 만난 기사 덕분에 자신감을 얻게 된 셈이다. 어제 만난 지인이 전하는 말로는, 이곳의 버스는 내리거나 타는 손님이 없더라도 정거장을 건너뛰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도 자주 버스를 이용한단다. 내일도 또 다른 곳으로 홀로 나서 보기로 한다.
오늘, 또 한 번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한 수단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또한 초심자에게 무언가를 전하고자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