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으로 잠깐 스쳤거나, 나와 한~~~참 차이나는 높으신 분들을 마음속의 팀장으로 모셨던 그런 기억들이 더 많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겪었던 팀장님들의 유형은 다 달랐다.
그래서 풀어보는 여태 만난 팀장(혹은 상사)들.
팀장 유형 1. 천재급 비상한 머리와 그렇지 못한 근태
2년 차 때 3달 정도 내 팀장님이었는데 못하는 게 없었다. 외국어 n개, 프로그래밍, 기획, PPT, 프레젠테이션 등등 진짜 다 잘했다. 심지어 비즈니스 매너도 좋았고 취미도 많았다. 그 와중에 철학에도 빠삭하셨다. '이 사람 진짜 천재다'싶었다. 팀장님이 항상 했던 얘기가 있다. "같은 방식으로 같은 업무를 3달 이상 하면 안 된다. 3달마다 고칠 게 있는지 봐야 한다." 크. 이 와중에 발전적이 시까지.
문제는 술이었다. 술을 너무 사랑한 팀장님은 거의 매일 지각했고, 술이 덜 깬 상태로 출근한 적도 꽤 많다. 그래도 안타깝게도 그를 3달 이상 보지 못했다. 아직도 팀장님이 회사에서 취미로 연습하고 계셨던 춤을 보면서 깔깔대던 게 생각난다. 배울 건 참 많은 분이었는데, 아쉽다.
팀장 유형 2.가장의 무게는 버거운데 마이크로 매니징은 하고 싶어
얘기하자면, 팀장님은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쫄보였을뿐. 대표님이 "이거 누가 했어!" 하면 나를 쳐다보셨다. 잃을 게 없던 나는 그저 측은했다. 집안의 가장으로 사는 건 참 힘든 일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냥 내가 했다 하고 혼나고 말았다. 그때 생각하면 이상하게 실소가 난다. 그의 또 다른 큰 특징은 마이크로매니징인데 틀린 문장은 아니지만 그가 원하던 형태의 문장이 아닌 채로 메일을 보내면 아무 내용 없이 그 부분만 빨간 글씨로 수정된 답장을 받곤 했다. 나도 어렸던 게 그것 좀 고쳐주면 됐는데 그냥 짜증만 냈다. 나랑 진짜 안 맞았지만 미워할 수 없었던 게 심성이 나쁜 분이 아니여서다.
팀장 유형 3. 회사가 몰라준 비운의 전략가
큰 그림을 보는 방법을 알려주신 분.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연결고리를 기가 막히게 잘 찾고 젊은 직원의 치기 어린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좋은 대안으로 만들어 준 대단한 인사이트와 감각을 가진 분이다. 어린 팀장 시절 이 분을 만난 게 내 사회생활 중 큰 행운이라고 생각할 만큼 실무와 전략을 모두 겸비한 분이다. 다만 그분은 소위 샤바샤바가 약했다. 그래서 경영진의 눈밖에 났다. 사회란 무얼까, 싶더라.
팀장 유형 4. 내 말 따라줘, 그리고 사랑해 줘
나도 그랬지만 어린 나이에 팀장을 달면 잘 해내야 한다는 거대한 압박과 팀원들과 인간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팀원들이 일 좀 열심히 해주면 좋겠으면서 동시에 치고 올라오는 팀원들은 견제해야 되고 그 와중에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소통도 하고 싶어 한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문제일까. 잘 모르겠다. 나도 어린 나이에 팀장을 처음으로 달았을 때 진짜 인내와 수련의 연속이었는데 나의 과거와 똑같은 상황의 팀장을 보니 '내가 이렇게 보였을까'싶더라.
팀장 유형 5. 불평불만만 할래. 난 아무것도 안 해
처음 겪었을 때 제일 스트레스받았던 유형. 팀원들에게 본인이 다른 팀에게 느낀 감정을 너무 많이 전달하니 모두가 부정적으로 되더라. 처음엔 어떤 일을 제안해도 다 부정적이라 너무 당황스러웠다. 보니까 본인이 정한 기준을 넘는 사람만 인정해 주더라. 그러면서 동시에 본인은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했다. 멍청한 사람은 아닌데 번아웃이 온 듯했다. 항상 화가 나 있으셨다. 그래도 좋았던 점은 내가 합류하고 시간 좀 지나니 내가 뭘 어떻게 해도 터치하지 않았다는 것.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사회생활을 하며 느낀 건, 사람은 누구나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상사일 수도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