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를 위한 기자 미팅과 언론 대응 Q&A 1탄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홍보 담당자가 됐다. "지난 번에 00차장이랑 기자미팅 나가봤잖아~"라는 말과 함께. 물론 그 차장님은 퇴사하신 이후다.
일단 하라니까 일단 알았다고 했다. 입사 2년차 때다. 그러니 알았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배울 사람부터 구해야 했다. 일단 기자 미팅에 나가서 기자 분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나 하나도 모른다고 도와 달라고, 보도자료 이렇게 쓰는 게 맞냐고. 야마도 고쳐 달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니 정말 뻔뻔하다. 나중에는 업계 PR 모임에 나가서도 도움을 청했다. 다행히 좋은 분들이 많아서 잘 도와주셨다.
그럼에도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실수도 많이 했다. 나는 그때마다 내가 좀 짬밥(?)이 생기면 나랑 같은 처지인 사람들을 어떻게든 도와줘야지, 결심했다.
그래서 쓰는 글이다. 갑자기 사수 없이 혼자 홍보 담당자가 되었을 누군가가 참고할만한 내용을 담아보려고 한다. 물론 PR은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니 이 글을 참고로 더 나은 방식을 찾으면 좋겠다.
이제 막 PR에 입문한 주니어 홍보담당자에게 받은 질문을 Q&A 형태로 정리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사소하지만 한 번 쯤은 궁금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했다.
Q. 어느 주기로 기자를 만나야 하나요?
A. 정해진 주기는 없어요. 다만 본인 나름대로 룰을 정하시는 게 좋아요. 특히 내가 속해 있는 기업이 누구나 아는 기업이 아니라면, 우리 기술과 제품을 알려야 하는 기업이라면 자주 만나고 자주 연락하세요. 저는 기자분들에게 '나와 우리 회사가 잊혀지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고 최소 1분기에 1번씩 만나려고 했어요. 피치못하게 미팅이 어려울 때는 연락을 자주 했고요. 어느날 어떤 기자가 저에게 "자주 연락주시고 만나고 하니까 취재할 때 00기업(그 당시 재직하던 회사)이 항상 생각나요" 라고 하시더라구요.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기업이 속한 산업 담당 기자를 두루 만나기 위해 월별 미팅 현황표를 따로 만들어서 관리했어요. 내가 누구를 언제 만났는지 파악하기도 쉽고, 나도 모르게 나와 친한 기자만 만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Q. 기자미팅을 할 때 반드시 룸으로 잡아야 하나요?
A. 꼭 그런 건 아닌데요, 왜 이런 공간을 선호하는 지 이해해야 합니다. 회사의 소식을 전하려면 ‘소통’이 잘 되는 곳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룸을 예약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고요, 두 번째 목적은 기자 분들에게 이만큼 신경 쓰고 있다는 어필이랄까요.
그래도 첫 만남에는 이왕이면 룸을 예약하는 걸 추천합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기에는 룸이 사실 더 좋아요. 첫 만남 때 기자 특성을 잘 살펴보고 거기에 맞춰서 미팅 장소를 정하면 됩니다.
만일 본인이 낯을 너무 많이 가리거나 아직 홍보 담당자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아 대화를 이어나갈 자신이 없다면 둘만 있는 룸이 오히려 어색할 수 있어요. 그럴 땐 다른 테이블과 간격이 떨어져 있는 구석 자리 같은 주변의 방해를 덜 받는 자리를 고르는 것도 괜찮습니다.
Q. 기자를 만날 때 대화 공백이 생기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나요?
A. 대화의 중심은 당연히 내가 속한 기업에 대한 어필이지만, 기자가 주로 취재한 내용에 대해 비하인드 스토리를 묻거나 심도 있는 질문을 하면 대화도 이어 나갈 수 있고 업계에 대한 지식도 쌓이기 때문에 홍보 담당자에게도 좋은 공부가 됩니다.
PR은 공과 사의 영역이 공존합니다. 무조건 기사에 대한 내용만 물어볼 필요는 없어요. 사적인 얘기를 하면서 친밀감을 쌓는 것도 필요합니다. 물론 모든 기자들과 친해지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PR을 시작한 처음에는 본인과 코드가 잘 맞는 기자를 중심으로 자신감과 기자미팅하는 노하우를 쌓는 것도 방법입니다.
Q. 회사 정책 상 밝히기 어려운 내용이나 확인이 힘든 내용에 대해 취재를 요청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대외적으로 말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 '죄송하지만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 고 짧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괜히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다 보면 말 실수를 할 수도 있으니 말을 너무 길게 하지 마세요. 특히 좋지 않은 이슈에는 더더욱요.
만일 홍보 담당자가 모르는 내용을 물어봤을 때는 기자에 해당 내용의 출처에 대해 확인하고 사내에 관련 인물을 찾아 내용을 파악해 보세요. 이럴 때를 대비해 미리미리 회사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파악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해당 내용을 파악에 실패했더라도 기자에 이 부분을 언급을 해주는 게 좋아요. 아니면 이 내용을 대답해줄 수 있는 다른 기업을 추천해주셔도 좋습니다. 아무 얘기 하지 않고 넘어가 버리면 신뢰를 잃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