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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빛푸를은 Jun 30. 2023

겁도 없이 돌봄이라니! - 서툰 협동조합 도전기 5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하고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우리 의지도 있었지만 앞에서 이끌어 주는대로 강의 일정에 따라 이끌려 가다 보니 어느새 협동조합이 만들어져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가장 열정적이었을 때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4월에 인큐베이팅 과정에 지원을 하면서 처음으로 사업계획서를 쓰게 되었다. 사회적 경제에 아는 게 하나도 없었던, 무개념이었던 우리는 목표, 미션, 수익구조, 고객정의 등의 낯선 용어에 당황했다. 인터넷을 뒤져 가며 빈칸만 겨우 채워 계획서를 냈더니, 정작 고난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협동조합의 개념부터 시장경제, 사회적경제까지 수업을 듣는데 들으면서도 아 ~ 했다가도 뒤돌아서면 까먹는 것이다. 오랫동안 일을 안하다가 다시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하려니, 거기다 사업계획서라니. 정말 괜히 했나? 싶을 정도로 매일 매일 안개속을 걷는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목표는 나름 명확했다.  ‘ 돌봄’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모르기에 가능한 목표였다 생각한다.

이후 3년간 심사위원들로부터 왜 수익성이 안나는 일을 하느냐, 당장 때려지워라 하는 얘기를 시시 때때로 들었으니까.


협동조합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거치고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리고 불타는 의지로 사회적기업가 육성과정에 지원했다. 2020년 10월에 사회적협동조합을 인가 받고, 11월에 대입으로 보면 수시 지원과 비슷한 사전 심사를 받았다. 결과는 떨어졌다. 5팀중 4팀을 뽑는데 우리가 떨어지는 그 한팀이었던 것이다. 지원센터에서는 우리를 위로해 주려는지 아쉬운 점수차였다고 했지만 실망스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


보건복지부에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신청서류를 보내놓고, 사회적협동조합 인가가 나는 동안 우리는 연구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도전 했다. 다행이 선정 되어, 우리가 사는곳의 발달장애아동 돌봄 실태를 조사했다. 먼저 교육부에서 내 세우던 틈새 돌봄의 구조를 파악하고, 그 안의 학교 돌봄, 지역아동센터, 장애전담어린이집, 마을키움터 돌봄 실태를 조사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학교 돌봄은 초등학교 2학년까지만 지원되고, 3학년부터는 이용할 수 없다. 비장애 아동이야 3학년때부터는 학원에 가거나, 방과후 학교에 가거나 혼자 다닐 수 있지만 발달장애아동은 꼭 보호자가 있어야 하기에, 학교에서 소외당하는 느낌이었다. 비장애학생에게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발달장애아동에게는 부담인것이다. 지역아동센터는 의외였다. 우리가 예상하기로는 우리 지역 70여개의 지역아동센터 중 장애아동을 돌보는 곳은 아마 없을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의외로 전체 지역아동센터의 50%가 넘는 곳에 장애아동이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의 장애 유형이나 정도를 보고 금새 실망했다. 그들은 학습장애이거나, 아주 가벼운 장애였다. 역시 중증 장애아동은 어디에도 갈곳이 없구나. 우리 아이들이 지역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는 없을까?


발달장애 학생들은 학교 끝나고 다 어디에 가는걸까? 우리는 안다. 치료실을 전전하거나, 활동지원사와 시간을 보내거나, 집에서 보호자와 함께 있거나 한다. 장애전담 어린이집도 마찬가지다. 장애전담어린이집은 중증 발달장애 학생에게 제공되는 돌봄의 질이 꽤나 좋기 때문에 대기자가 아주 많았다. 1학년에 입소하면 6학년때까지 이용할 수 있었는데, 그러면 한 학생이 졸업해야 새로운 학생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대기자들의 불만이 많아지자, 6학년까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줄여서 4학년이 되면 퇴소하도록 바꾸었다. 그래도 대기는 엄청나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그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어야지만 입소가 가능한 구조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한번 우리 아이들을 직접 돌봄을하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보면 어떨까? 라는 해맑은 생각을 하며 우리 협동조합의 미션으로 삼았다. ’발달장애인의 일상을 잇는 행복한 돌봄‘ 말은 그럴싸했지만 그것이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하는 목표였음을…. 그때는 서로의 불타오르는 투지에 가려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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