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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흠 Jan 30. 2022

나는 뭘 보호하고 있을까

나쁜 기억이 휘몰아칠 때 꺼내보기 좋은 영화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이 아닐까. 극 중 마담 프루스트가 말하는 나쁜 기억은 행복의 홍수 밑으로 보내 버려. 수도꼭지를 트는 일은 네 몫이란다. 는 아픈 기억을 붙잡고 사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대사이다. 아름다운 미장센 사이로 빼놓을 수 없는 서사와 깊이 있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명작이다.


그중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담 프루스트가 나무 한 그루를 악착같이 지켜내는 모습이다.


공무원: 이 나무는 병들었어요. 베어내고 새로 심을 겁니다. 그런 게 생명의 순리죠

마담프루스트: 공무원 양반이 나한테 순리를 가르쳐요?

공무원: 당신에게 악의는 없어요. 제 일을 할 뿐이죠.

마담프루스트: 나쁜 놈들은 다 그런 겁니다.

공무원: 보세요, 같은 나무를 심을 겁니다.

마담프루스트: 애들한테 잘도 그늘을 만들어주겠네요. 피부 암은 몇 대에 걸쳐 유전된다는데 나도 참 멍청하긴 아이들 미래에 걱정이 있을 리가. 대홍수 나면 구름 타고 천국에 갈 양반들인데.  난 당신네 천국 안 믿어요. 난 불교 신자니까. 불교신자로서 한마디 하죠. 천국은 바로 여깄는데 당신들이 망쳐요.


나무 한 그루일 수도 있지만 지구를 생각하는 그녀의 큰마음을 보면 결코 작은 나무가 아니다.


 20대 초반에 연세대에서 특강하러 오신 교수님 한 분이 계셨다.  영문학과 이경원 교수님이셨는데 굉장히 인자하시고 고즈넉하시고 차분한 모습과 더불어 따뜻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때 처음 아 나도 연세대 영문학과 가서 수업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못 가겠지만.. ㅎ


새로운 시각과 더불어 나의 머리를 트이게 해줬던 특강은 아직도 머리에 남는다. 특강을 듣고 그 교수님을 찾아봤다. 살아오신 행적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 공사에서 유일하게 남은 은행나무 한 그루를 지키던 기사였다.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앞에 있는 은행나무 앞에서 천막과 순번을 정해 철야근무도 하셨다.


그래서 그 나무는 어떻게 되었을까. 막대한 공사지연금을 핑계로 새벽에 공사를 강행해 나무를 잘랐다. 그리고 주차장을 만들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추억과 자연이 아닌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재개발하는 모습들이 폭력적이다. 더 이상 대학이 학문이 아니라 상업적으로 전락해버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부자는 존경하지 않지만 이런 분들을 존경한다. 환경오염된다고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시던 교수님, 낡은 가방과 지하철을 이용하던 교수님, 한 옷만 입지만 깊은 지식을 전달해 주시던 교수님. 아파하는 사람을 지나칠 수 없어서 같이 아파하는 사람들과 시위자들.


도저히 변화할 수 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왜 이런 노력을 하는 걸까. 유시민은 이에 대한 대답으로 이런 말을 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그걸 한다고요. 내가 존엄하게 살기 위해서. 내 삶의 방식에 비천함과 비겁함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차마  자신의 비겁함을 외면하고 싶지 않아서, 존엄하게 살기 위해서 우리는 간혹 무모해 보이는 일을 한다. 성공이냐 실패냐는  뒤의 일이다. 그가 살아온 행적을 보면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대하는지   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타인의 고통과 환경에 민감한 사람들을 존경한다.


굉장히 시선이 간 독일 교육.  어려서부터 성교육,정치교육,환경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문구와 시위 방향을 정한다고 한다. 화면 속 아이들은 초등학생들이다. 불법적인 인간은 없다와 지구를 보호해야지. 돈을 보호하면 안 된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독일 교육을 보고 현타가 왔다.


 


교육이 바뀌어야 사회가 바뀐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교육은 바뀌기나 할까.



이쯤 돼서 나는 뭘 보호하고 있을까. 물신인가,다른 사람에게 지기 싫어하는 내 모습인가, 초라한 내 모습인가.허무주의에 빠져 하루하루 연명하고마는 일상인가


그럼에도 남들이 말하는 보잘것없는 것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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