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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흠 Mar 01. 2022

부끄러운 글쓰기

내놓고싶으면서도 부끄러운 그것


어떤 인문학자는 자신이 과거에 쓴 글들이 부끄러워서 그 글들이 묻히게 하기 위해서 매일 글을 쓴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꾸준한 글쓰기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꾸준한 글쓰기 그건 참 어려운 일이다. 글쓰기의 꾸준함은 노력도 필요하지만 쌓이는 글만큼 과거 자신의 글들과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즐겨보는 글 잘 쓰는 한 블로거도 모든 글을 삭제하고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쓸 때 다시 돌아오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과거 여기 글쓰기모임말고 다른 모임을 한 적이 있다. 그곳에선 쓴 글을 카페에 올렸기 때문에 내 글은 쌓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가 쓴 글들의 맞춤법, 띄어쓰기가 신경 쓰이더니 나의 글들까지 창피함과 부끄러움이 짙어졌다. 또한 글 속의 나와 현실의 나의 격차가 느껴지고 글과 다른 내가 위선자같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어떠한 계기로 그 모임에서 나오게 됐는데 시기적절하게 잘 나왔다고 생각했다. 여기 같은 경우에는 모임을 하는 시간에만 올리기 때문에 그나마 안심이 됐다. 하마터면 지난 내 글들이 부끄러워 차곡차곡 다른 글을 쌓아올릴 뻔했으니 말이다. 한정된 소수만 볼 수 있다는 것도 메리트이지 않을까 싶다. 하나 아쉬운 건 그전에 쓴 남의 글을 볼 수 없다는 것 외에 좋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쓰기 어려워하는 것은 쓸 이야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눈치보기와 자기검열로 인해 꺼내놓기 부끄러워서가 아닐까. 솔직하게 내 모습을 꺼내놓는다는 것은 알몸으로 사람들 앞에 나 자신을 보이는 것이다. 거기다 나만의 견해, 생각을 쓰다 보면 내 글을 불편해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걱정에 사로잡힌다. 특히 튀는 걸 싫어하는 한국에서 다른 견해를 가지게 되면 "이성적인 척한다","남들과는 다른척한다"라는 말을 듣게 될까 봐 글을 조심스럽게 쓸 때도 많다. 그러다 점차 꾸준함과는 별개로 내 글들이 부끄러워 절필을 하게 된다. 언젠가 소설을 쓰고 싶은데 자꾸 미뤄두는 이유는 부끄러운 소설을 쓸까 봐서 생각이 좀 커질 때 쓰고 싶은 마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진정성이다.

진정성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선 솔직하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글의 부끄러움도 이겨내야 한다. 수치심은 잘못된 게 아니다.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자아성찰을 한다는 점에서 좋지만 그 이상 과도하게 몰입하면 글 쓸 용기가 안 난다.

또한 비판받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어떤 혹자가 말했듯이 비판받지 않은 글을 글이 아니다라거나 오해받을 준비를 해야한다거나처럼 준비하고 무너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비판받은 글에 대해 그냥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점차 성장하는 발돋움 한다면 꾸준함보다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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