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그런 날 있죠. 달력을 만들고 새해라고 날 정해 놓고 이때부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라는 냥 제야의 종을 울리고 1월 1일이다 하며 나이 한 살씩 가지죠. 어떤 사람들은 그냥 달이 바뀐 건데 뭘 그리 요란스럽냐고 하고, 누구는 설렘과 기쁨으로 두근거리는 마음 가지는 사람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하늘의 별로 보낸 사람들은 아픈 마음을 쥐어지고 이제는 좋은 추억만 가지고 힘을 내보자는 의미로 새해를 쓰는 분들도 있고요. 그런 의미에선 참 좋은 거 같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사람들은 마음을 다 잡아도 계속 아파지고 슬퍼하는 거 같아요. 이제부터 안 아파야지, 이제부터 안 슬퍼해야지 하면서도 계속해서 슬퍼지고 아파지고.
아픈 건 아픈 거고 슬픈 건 슬픈 거 같아요. 그건 어쩔 수가 없는 거 같아요. 영화 나비효과를 보면 과거로 되돌아가서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친구에게 과거를 뒤바뀌게 해서 트라우마를 없애게 노력하는 장면이 나오죠. 근데 저도 그 장면과 비슷하게 과거 내 앞에서 죽어간 강아지에 대해 제때 치료해 주지 못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새로운 강아지를 맞닥뜨리고 그 강아지가 파보바이러스에 걸리고 제가 치료해 줘요. 근데 새로운 강아지를 치료해 주고 정성스럽게 키워도 그전 강아지에 대한 미안함은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올해 새해엔 좋은 일만 있자고, 잘 되고 싶은 마음만 듬뿍 가지고 시작했는데 웬걸 이사 오고 지냈던 나날 중에서 가장 힘든 해였어요. 사람 때문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울기도 많이 울고 하나를 해결하면 하나가 문제가 생기고 이거 원 아홉수가 걸린 건지. 이렇게 되니까 상태 메시지에 행복하자는 흔한 다짐조차 못 적게 되더라고요. 운명의 장난인지, 내가 만약 불행해지면 보란 듯이 그 상태 메시지 비웃음 당할 거 같고 운명이 나 좋은 꼴 보기 싫어하는 거 같고. 늘 반대로 이뤄지는 거 같고. 이렇게 보면 행복하자고 적은 건 적은 거고 불행한 건 다른 건데 무슨 큰일이라고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에 오두방정인지.
아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 무슨 큰 한 방의 행운이라도 주려고 하는지. 로또에 당첨되게 해주려나,
아 이번에는 왠지 로또에 당첨될 거 같은데 괜스레 기대감을 품고 이번엔 나 같아. 확신에 차다가 로또 당첨된 지역 보고 로또 번호를 확인하기도 전에 에라 낙방이고.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부자 순위 상위권에 드는 넥슨 창업주 김정주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에
그래, 돈이 많아도 행복하지 않지 않을 수 있지. 저렇게 돈이 많아도 죽을 수도 있구나 괜히 회의에 젖기도 하고.누군가는 하와이를 천국에서 잠들고 또다시 천국에서 깨어난다고 했는데 그도 어떻게 보면 지상낙원이라고 불리는 하와이에서 행복을 찾지 않았을까 싶고. 확실한 건 앞으로도 계속해서 불행해지고 그러다 간혹가다 행복하고 그럴 거 같아요.
<허지웅의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