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읍녀 일기
어제 그녀의 전화를 받고 마음이 쭉 좋지 않다.
2020년 여름.
갑작스레 찾아온 경제적 위기로 무너지던 내게 그녀가 조금은 맥락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나와 비슷한 아픔의 시간을 지나온 그녀는 이제 참 단단해 보였고 덕분에 나의 이 고통도 언젠가는 반드시 끝날 것이란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이겨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쨌든 시간은 흘렀고 마침내 나는 조금 단단해졌다.
2022년 겨울.
이제 다시 그녀 차례다. 사는 한 계속될 인생의 순환.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며 눈물 흘리는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이 고통은 반드시 지나간다고. 그리고 내게 그걸 믿게 한 사람이 바로 너라고. 니가 얼마나 강한지 잊지 말라고. 끝까지 자신을 지켜낼 아름답고 강한 사람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