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읍녀 일기
나는 소위 덕력이라는 것이 부족하다. 그러나 덕력과 애정은 다른 문제다.
예를 들어 나는 박재범, 라이언 고슬링 등을 좋아하지만 그 사람의 이상형이나 가족관계, 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다. 어쩌면 알고 싶지 않다. 모든 걸 알게 됐을 때의 실망감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모습대로 그 사람을 바라봐주고 싶기 때문이다. 한평생 강한 모습만 보여왔던 아빠의 눈물 앞에 위로로 성큼 다가서기보다는 못 본 척 자리를 피해 주는 것 또한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싸움을 한다면 꼼짝없이 상대를 몰아붙이는 그런 태도는 좋아하지 않는다. 극단적인 말로 일방적 죄책감을 주입하려는 시도 같은 것들 말이다. 싸움의 원인이 대개 한 사람의 잘못인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맘이 넓고 성숙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좋은 모습만 보고 오래 사랑하고 싶은 욕심이다. 결국 그 사람을 지켜주는 일이 나를 지키는 것이라서. 우리의 사랑은 계속 되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