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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선아 또는 끌라라 Feb 19. 2024

끝은 불확실하고 지금은 확실하다

남미 일기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길고 험한 길 40번 국도 Ruta 40. 북에서 남으로 무려 11개 주를 관통한다. 칼차키 계곡 Valle Calchaquíes에 예약해 둔 멋진 글램핑장을 향해 5시간을 달려왔건만 목적지를 10km쯤 앞두고 강이 불어 길이 끊겼다. 저 멀리 강 상류를 바라보니 먹구름이 가득하다.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가보다. 

너무 황당한데 자연이 그랬다 하니 할 말이 없다. 조르고 떼써도 안 될 일이라 생각하니 미련도 길지 않다. 문득 가끔은 이런 완벽한 무력감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나의 많은 괴로움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하니까.  

끝은 불확실하고 지금은 확실하다. 미래보다는 현재가, 목적지만큼이나 여정이 소중한 이유. 이런 걸 배우는 게 여행이라 생각하니 참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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