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종원 Aug 14. 2020

겨울나비. 45 빈 지갑

사람 만나기 무섭다

동아건설 오 부장과 점심 약속을 했다. 아침 시간. 나는 반은 졸면서 지하철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여의도로 가는 길이었다.

오 부장은 나와 한 회사 한 부서 과장이었다. 그는 나를 극동건설에서 신동아건설로 불러들이고는 저는 동아건설 차장으로 갔었다.

“선배님, 저는 동아로 갑니다. “

금호동 신동아 재개발 지역을 함께 누비고 다니던 어느 날 툭 한마디 하고서다.

그동안 궁리 많이 하고 재개발 지역 간다며 면접을 하러 다녔다고 자백까지 한다.

그보다 먼저 그와 함께 근무하던 이 부장이 계단을 오르다가 심장마비로 굴러떨어져 그냥 사망했다. 나는 이 부장 대타인 셈이다. 오 부장과는 그런 사이다.

그가 점심을 하자 해서 나는 쾌히 그에게 OK 사인을 보내고 늘 들고 다니는 가방 속에 점심으로 아내가 싸준 빵 네 쪽 처리에 골똘해진다.

"함께 공부하는 사람 중에 점심 안 싸 온 이에게 주지.'

하면서 점심값 치를 지갑 두께가 걱정스럽다.

점심값이야, 뻔한 게지. 나는 남이 눈치 안 채게 지갑을 연다. 밥값은 되겠지. 이만 원은 있으니….

점심때, 오 부장은 여의도 맨해튼 호텔 옆 빌딩에 있는 약속된 식당 앞에서 나를 기다린다.

"웬 일야?"

제육 보쌈을 안주 삼아 그에게 소주를 권하면서 물었다.

"마음이 이제 회사를 떠났어요."

회사를 그만둔다는 말이다.

건설사 직원 나남 없이 다 똑같은 사정이다.

그는 내가 이 집 수석을 칭찬하는 말을 듣고 식당 차릴 때 차림표 음식에 손님 이상으로 관심을 보여준다. 그와 소주 반 병을 반 병을 마시고 취기가 오른다.

그는 식당 주인에게

"얼맙니까?"

묻기부터 하고 나는 내 지갑을 연다.

"내 손님 아냐?"

내 지갑에서 2만 원을 꺼내니 그냥 비고 만다.

"내가 사드리려고 왔는데"

오 부장은 싫지 않다는 듯 웃는다. 나는 한 주일 용돈을 순식간에 써 버렸다.

"커피 한잔해요"

그는 말했지만, 시간은 한시가 거의 다 되어 내가 듣는 수업 시간이 바로 앞에 와 있었다.

그를 그냥 보냈다. 저녁에 나는 아내에게 한때 함께 근무하였던 오 부장이 왔었던 일을 말했다.

"오 부장하고 점심 잘 먹었지."

" 점심값은 누가 냈어요?"

아내는 지나치듯 묻는다.

"... 오 부장이 냈지."

나는 전기 요금을 아끼려고 등 하나를 끄는 아내에게 기세 좋게 말했다.

그 후 오 부장은 동아건설 근처 순화동에 음식점을 차렸다. 평소에 음식에 남다른 관심이 있던 그 다운 출발이다.

도심 음식점은 달력 노는 날 따라 논다. 돈이 벌릴 리 없지. 몇 달 적자에 손들었다

때려치우고 대림동에서 생맥주 가게를 열고 부부가 열심이다.

대림동은 그가 신동아 건설 대리 시절에 처음으로 재개발 사업을 하였던 신동아 아파트가 이웃하여 있다.

묘한 인연이다.

개업 후 오 부장 가게에 갔다. 커피 한 잔 준다.

“오늘 내가 첫 손님이라니 자 여기 커피값.”

작가의 이전글 겨울나비. 44 구직 교육장 동기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