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직 굳어지지 않은 시선으로 본 세상

by 김이밤

고백하자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저는 완성형 인간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진행형, 아니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부유하는 먼지'에 가깝습니다. 아직 세상에 명함을 내밀 전문성도 없고, 인생의 진리를 논할 만큼 연륜이 쌓인 것도 아닙니다. 그저 도서관 구석에서 전공 서적과 씨름하다가도, 점심 메뉴 하나에 세상 심각해지는 평범한 대학생일 뿐입니다.


바로 그 '어설픔'을 무기 삼아 글을 써보려 합니다.


사람은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일수록 단단해진다고 합니다. 언젠가 저도 사회에서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제 분야에 대한 확신이 생기는 날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확신은 종종 '고정관념'이라는 딱딱한 껍질을 동반합니다. 껍질이 두꺼워질수록, 세상을 보는 시야는 안정적이지만 좁아질 테지요. "원래 세상은 그런 거야"라고 쉽게 단정 짓는, 재미없는 어른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직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의심할 수 있는 이 시기에, 부지런히 세상을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제 글은 거창한 성공담이나 세상을 꿰뚫는 진리가 아닙니다. 세상의 주인공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춤을 출 때, 그 불빛이 닿지 않는 무대 뒤편의 여백들을 기웃거린 관찰 일지입니다.


모두가 1등과 명품, 빠르고 효율적인 것들에 환호할 때, 저는 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려 멈춰 섰습니다. 이름 없는 엑스트라들의 표정, 효율성에 밀려난 낡은 가치들,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상식 뒤에 숨겨진 불편한 모순들을 주워 담았습니다.


물론, 저의 시력은 2.0이 아닙니다. 제 경험의 울타리는 아직 좁고, 감수성의 깊이는 얕습니다. 그렇기에 이 기록들은 결코 세상의 정답이 될 수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어쩌면 저의 섣부른 시선이 누군가의 복잡한 삶을 단순하게 해석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발견했다'고 믿었던 의미가 실은 제 오해였을 수도 있고, 제가 감동했던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상처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의 행간마다 미리 심심한 사과를 심어둡니다. 저의 부족한 시선이 미처 포착하지 못한 수많은 가치들에게, 그리고 저의 좁은 경험 탓에 소외되었을 또 다른 세상의 이야기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기에 더 열심히 고개를 돌릴 것입니다. 고정된 정답이 없기에, 더 자유롭게 질문할 것입니다.


앞으로 쓸 글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지침서가 아니라, "저는 세상을 이렇게 보았는데, 당신의 세상은 어떤가요?"라고 묻는 수줍은 편지입니다.


아직 굳어지지 않은, 그래서 언제든 모양이 바뀔 수 있는 한 청년의 시선을 빌려 드립니다.


잠시 화려한 주인공의 자리에서 내려와, 저와 함께 세상의 구석진 여백들을 산책해 주시겠습니까?


그곳에는 생각보다 꽤 괜찮은, 그리고 당신이 미처 몰랐던 당신의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