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 귀국 일기 1
딸이 한국으로 돌아오길 바라셨던 부모님을 비롯해, 내 귀국 소식을 반기는 사람들은 내 결정을 '행동력'있다며 응원해주는 분위기였다. 반면 내가 떠나는 게 섭섭한 대학 친구들이나 회사 동료들은 내가 '충동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며, 말리지는 못하지만 못내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고맙고 미안하게도 내 귀국을 섭섭해하는 친구들과 동료들의 말이 맞다. 사실 나는 결단력이나 행동력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런 내가 완전 귀국을 단숨에 결정했다는 건, 행동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충동적인 기분파여서 그렇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인정하는 게 어렵지는 않다. 흠집 하나 없는 사실이라서 그렇다. 옛날 같았으면 '이성적으로 생각할 줄 알아야지'하고 반성이라도 했을 텐데, 지금 드는 생각은 '와버렸으니 어쩔 거야, 뭐라도 잘하는 수밖에 없지'라며 배 째라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리스크가 적고, '옳은 결정'을 할 확률이 크다. 상황과 타이밍과 운이 내가 예상한 대로 맞아떨어진다면 말이다. 하지만 상황과 타이밍과 운은 인간의 역량 밖이니 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 하자는 것일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갑자기 귀국을 결정했을까, 이미 한국에 와서 자가격리를 하면서 이 결정을 되새기는 건 심각하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해본다(자가격리 기간엔 정말 할 일이 없다). 사실 귀국 시점은 충동적으로 정했지만, 일본을 떠나겠다는 생각은 5년 전부터 변함없이 머릿속에 있었다. 한국을 오겠다는 생각보다는 (제3 국을 가더라도) 일본을 떠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학교는 졸업해야지, 그래도 회사는 다녀보고 다시 생각해봐야지 등등 머뭇거리며 7년이 지났다. 이제는 일본을 떠나야 하는 이유로 논문을 쓸 수 있을 지경이다. 유일하게 내 발목을 잡는 거라면 올해 초 키우기 시작한 토마토였으니까. 이 정도라면 행동력도 충동적인 결정도 없었던 게 아닐까? 어쩌면 나는 신중파에 우유부단함의 극치였을지도 모른다.
사실 내 결정과 행동 자체만 보고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행동력은 그 행동 자체에 대한 말이지만, 사실 그 행동에 따른 결과가 좋다면 '행동력 있다', '결단력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기대한 결과에 미치지 못했다면, 이전에 내린 결정과 행동이 충동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사실 그 '행동'에는 달라지는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신중했으면 어떻고 충동적이었으면 또 어때, 난 이미 와버렸고 다행히도 아직까진 잘 왔다는 생각이 들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일본 재입국은 안 될 테니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보는 수밖에 없다. 계획은 있지만 아직 준비단계이므로 대책이라 할 수는 없으니, 대책 마련에 전념하겠다. 무턱대고 결정한 귀국을 후회하지 않기 위한 유일한 해답이다. 여기서 내 나름대로 성공적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