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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도 Apr 07. 2022

4월 7일은 1월 1일만큼이나 특별하다

평소 떠오르는 글감을 간략하게 메모해놓곤 한다. 100일 글쓰기 여정에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 서랍 속 초콜릿을 골라 먹듯 글감을 골라 살을 덧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할 일도 너무 많고, 몸이 회복되지 않아 체력적으로 지치는 날이다. 글감 서랍을 뒤지기 적당한 날이다.


새해를 맞이해 이런저런 감상을 적어둔 글이 눈에 띈다. 새해 목표나 다짐이라고 부르기엔 거창한 작은 소망이나 바램 같은 것들이다. 2022년도 이미 4분의 1이 지난 시점에 희미해지고 잊혀져, 내가 적은 글이지만 낯설게 느껴진다. 


그중에는 쉽게 포기하는 삶의 태도를 바꾸고 싶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어느새 나는 예전 습관대로 살고 있었다. 당시에 쓴 글을 읽으니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싶어졌다. 


비록 1월 1일과 함께 비장한 다짐을 실천하지는 못한 탓에 살짝 김이 샌 느낌은 있지만, 터놓고 보면 1월 1일은 4월 7일과 다르지 않고 9월 16일과 다르지 않다. 새벽같이 일어나 덜덜 떨며 새해의 일출을 보고 감격했지만, 그 해는 어제 본 해고 (죽지만 않는다면) 내일도 볼 해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새해에 새 출발을 하지 못한 게 아쉽지 않다. 내 계획은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 오늘 당장 잊고 있었던 다짐이 생각나서 실천으로 옮기면, 오늘이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는 1월 1일이다. 쓰다 보니 억지스럽긴 하지만, 만약 이 억지가 포기나 좌절로부터 나를 구해낼 수 있다면 상관없다. 오늘, 4월 7일은 1월 1일만큼이나 특별하고, 그래야만 한다. 1월 1일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기회라면 너무나 불공평하다. 


4월 7일을 입 안에서 곱씹어본다. 비록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나는 아프고, 지쳐있고, 세수도 하지 않은 비루한 차림이지만, 내가 일구어낼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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