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단 떠난다.
누군가는 철이 없는 여행이라고 했다.
그들의 눈에는 시기를 모르고, 잠깐을 참지 못하는 철없는 여행처럼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내게는 내 앞으로의 인생이 달린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회사를 다니며 나 스스로 나를 먹여 살리는 일은 분명 내게 보람찬 일이었다. 돈을 벌어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사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망설임 없이 선물을 살 수 있음에 늘 감사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그 돈이 나를 잡아먹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걷고 싶은 길은 그놈의 돈이 결정하고 있더라.
변변한 가르침은 없었으나 “내가 온라인 마케팅의 산 증인이다.”라며 매 순간 내 능력을 의심하는 리더 아래서 일하던 때는 출근이 두려워 매일같이 지하철에서 눈물을 닦곤 했다. 회사에서 나에 대한 근거 없는 이야기가 돌 때는 한 시간을 채 잠들지 못하고 하룻밤에도 수십 번씩 일어나기도 했고, 나에 대한 악질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그녀에게 따지는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더 어리고 더 힘이 없던 나는 그녀에게 한마디도 정말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분명 내게는 어떤 잘못이 없는 상황에서도
어리고, 잘 웃고, 세상을 잘 모르던 사회 초년생인 나는 쉽게 가장자리로 몰리곤 했다.
하지만 그만둘 수는 없었다.
이제 내 생계는 내가 책임지고 있었으니까. 나는 나의 가장이니까. 이 나이에 엄마 아빠에게 생활비 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버텼다. 버티면 또 어느 순간 괜찮아졌다. 다닐 만 해졌다. 그렇게 다니다 보면 또 어느 순간 누군가는 나를 낭떠러지 끝으로 몰고 갔다. 그게 세상의 섭리(?)인 듯했다. 실제로 동기들이나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다들 그렇게 살고 있었다. 힘들다 힘들지 않다 다시 힘들다를 반복하는 것이 사회생활이라 했다. 그 운명의 롤러코스터를 몇 번이나 탔을까 어느 순간부터는 ‘괜찮은 순간’도 괜찮지 않게 되어버렸다.
이제는 정말 떠나야 하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내 결정을 만류했다. ‘시기가 좋지 않다.’에서부터 ‘미친것 아니냐.’ 그 강도는 다양했고, 그들은 내가 왜 떠나고 싶은지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 (물론 응원해준 고마운 사람도 많았다.)
수백 시간의 고민 끝에 나는 일단 저질러보기로 결정했다.
이 여행에서 나는 소매치기를 당할 수도 있고, 인종차별을 당할 수도 있고, 아플 수도 있고, 어느 순간에는 마음이 많이 상할런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알고있다. 이 여행의 끝에 나는 분명히 더 성장해있을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