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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정은 Oct 12. 2020

우리를 태우는 마음

살갗을 스치는 아찔함에 가슴을 내려놓은 적 있다

자의는 아니었다

얼굴에 흐르는 눈물도 

손깍지 사이사이 땀의 자국도

모두 흩어져 내렸다

뜨거운 바닥에 앉아 바람이 부는 곳을 

창살 하나, 사이에 두고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이곳에는 없는 꽤 많은 게 들어오고 있었다

먼지의 나가고 통함과 갑자기 떨어진 해에 어쩔 줄 모르고 통과한 햇살,

하교하는 아이들의 시끄러운 제잘거림, 방충망 앞에서 망설이는 모기 한 마리.


저걸 뚫어서 이곳에 들어온다면

저 아이는 행복할까?


생각을 마치며, 이런 작위적인 사고를 하는 형상을 바라보니

이곳은 회색조에 마른 북어포가 비릿한 향을 내고 있는 

생생한 삶의 현장


돌아가고 싶은 곳은 저 주황빛 가득 품은 

조금도 정열적이지 않은 회색조 바다.


그럼에도 그곳에 갈 수 없는 이유는

회색조 형상이 회색빛 바다에 갔다가

실은 나는 검은색이라 그곳을 어지럽힐까

가여운 척 궁상을 떨며 제자리를 거닐고는

회색 불꽃을 태워

어을음만을 보낸다.


우리를 태우며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흩어져 내리며 회색조 바다에 닿지 못하고

제자리를 거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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