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쳐 이야기

드라마 위쳐 가이드

by Sue Park




이야기의 시작



판타지 세계를 꿈꾸는 많은 젊은 이들에게 위쳐와 같은 세계관은 단순히 현실을 뛰어넘는 경험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에서 자신의 자아를 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위쳐는 폴란드에서 출간된 소설 원작으로(1990년~), 그 자체로도 굉장히 깊고 풍부한 내용으로 사랑을 받았으나,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게임으로 제작된 이후였습니다. 게임 위쳐는 총 세 편으로(위쳐 1, 위쳐 2, 위쳐 3), 각각 2007, 2011, 그리고 2015년에 발매되었습니다.


최고의 화제작 위쳐 3의 이미지를 입힌 원작 소설 The Witcher



2015년에 발표된 위쳐 3은 많은 게이머들과 평론가들에게 인정을 받아 해당 연도에 각종 상을 휩쓸었으며, 현재는 2010년에 발매된 게임 전체 순위 중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열성적인 팬덤 형성으로 인해 꽤 오랜 기간 동안 위쳐 이야기는 게이머들의 입에서 떠나지 않았고, 결국 넷플릭스에서 위쳐를 드라마로 제작하여 2019년 말, 많은 팬들이 기다리던 위쳐 시즌1이 개봉했습니다.


12월 20, 필자가 넷플릭스 구독을 시작한 날








위쳐의 배경



위쳐라는 단어는 직업을 가리킵니다.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 일정 보수를 받고 임무를 수행해 주는 자들입니다. 위쳐가 되기 위해서는 '풀의 시험'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낮은 확률로 생존하는 자들만이 위쳐가 됩니다. 그렇게 살아남은 자들은 인간을 뛰어넘는 신체 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위쳐들은 이 능력을 사용하여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 해결합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위쳐들 중 한 명인 '게롤트'입니다.


위쳐에게만 허락된 포션을 마시고 전투 중인 게롤트의 모습



당시 세상은 '천구의 합'이라는 현상으로 인해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한 곳에 모여 살게 되었습니다. 드워프, 엘프와 같은 존재들, 그리고 알 수 없는 괴 생명체들이 섞여 사는 이 세상에서 그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생존을 위한 균형을 맞춰나가고 있습니다. 최후 전쟁에서 승리한 인간은 가장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은 각종 정치와 전쟁을 통해 세상을 점령할 야욕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그들과 다른 모든 존재는 혐오스럽고 위험하며, 정복해야 할 대상입니다. 위쳐는 인간들의 의뢰를 받고 그들을 위협하는 괴물, 혹은 악당을 처치해 주지만, 그들은 위쳐를 경멸하며 괴물들과 동일시합니다. 많은 위쳐들은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 생명을 잃습니다. 게다가 위쳐를 양성하는 곳은(케어모헨) 문을 닫은 지 오래입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게롤트는 얼마 남지 않은 위쳐들 중 한 명입니다.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과 함께 공존하기 위해선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드라마의 특징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앞서 소개한 게롤트 외에 마법사 '예니퍼'와 신트라의 공주 '시릴라'가 있습니다. 드라마 위쳐는 이 세 주인공의 개별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각 주인공이 처한 상황, 역경을 이겨내는 그들의 방식, 더 나아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이 드라마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합니다. 내용의 전개가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고, 각 주인공의 시선과 관점을 중점으로 풀어내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주인공의 역할과 감정에 몰입하는 것이 초회차 관람에는 더 좋은 인상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드라마 위쳐에 대한 부정적 평가들은 대부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든다는 것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좌측부터 게롤트, 예니퍼, 시리



이러한 방식은 시청자로 하여금 많은 불편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드라마 원작의 볼륨이 워낙 크고 배경이 넓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볼륨이 큰 소설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가 이야기의 진행 순서를 직선으로 풀어내면, 처음 시즌 하나가 통째로 지루한 설명으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총 8회로 구성된 시즌 1은, 큰 틀에서 볼 때, 게롤트와 예니퍼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신트라의 공주 시릴라를 찾는 여정을 그립니다. 드라마의 각 에피소드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루면서 위쳐의 세계관을 간접적으로 드러내 시청자들이 새로운 세상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처럼 흩어진 다양한 이야기들은 마지막 에피소드를 통해 완성이 되고, 그렇게 시즌 1의 목표를 달성하게 됩니다.


모든 퍼즐 조각이 완성되는 8화의 오프닝



위쳐는 검과 마법, 괴물과 정령, 전쟁과 정치, 그리고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를 복합적으로, 동시에 매우 노골적으로 그리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온 가족이 모여 즐기는 드라마와는 그 결이 정 반대입니다. 다루는 내용으로 인해 배경이 다소 무겁고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과거 또한 슬픔과 분노로 가득합니다. 위쳐 게롤트는 자신의 능력으로 많은 이에게 희망을 주고, 악한 일을 도모하는 자들 속에서 중립을 지키며, 먹히지 않는 어색한 농담과 쓸데없는 진지함으로 시청자들로 하여금 희열감과 즐거움을 느끼게 합니다. 무엇보다 그가 펼치는 검술과 마법은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합니다. 전투에서 게롤트의 움직임은 매우 빠르고, 정확하며, 힘이 넘치기 때문에 그의 액션 장면을 볼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괴물 묘사 수준은 두말하면 잔소리



드라마에 등장하는 검술과 마법은 허무맹랑하지 않고 매우 현실적입니다. 단 한 번의 일격에 주인공이 쓰러지기도 하며, 애초에 상대할 수 없는 적도 존재합니다. 마법을(혼돈) 사용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인데, 혼돈을 올바로 다스리지 못하는 마법사는 마법 사용 후 심한 후유증을 겪기도, 심지어 몸이 사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위쳐든 마법사든 자신의 상황을 전투로 몰고 가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위쳐 게롤트, 그리고 마법사 예니퍼가 절박한 전투에서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장면이 우리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기대하는 장면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보통 마법사가 흉내 냈다간 본인이 죽게 되는 예니퍼의 '다 죽여버리겠어' 마법










감상 포인트



모든 생명체가 한 곳에 모여 사는 세상은 위험으로 가득 차 보이지만, 그 모든 생명체는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조화를 이룹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파괴하고 지배하려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인간입니다. 그들은 그들과 다른 모든 대상들을 두려움이라는 핑계로 이용하고 협박하며, 폭행합니다. 특별한 능력과 태생을 가지고 있는 이 드라마의 모든 주인공은 바로 그러한 대상에 속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으로서 인간이 아닌, 혹은 인간과는 매우 다른 존재에 감정을 이입하여 그들의 시선에서 인간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정치적 중립인 위쳐들 조차 인간들과 싸워야 할 상황은 결코 적지 않다.



자연에는 규칙이 존재합니다. 자연에 속한 모든 생명체들은 자신의 삶을 순리에 맡기기 때문에 자신의 생명이 꺼짐과 동시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함을 이해합니다. 인간보다 지혜롭고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는 엘프들은 자연의 순리를 깊게 이해하고 이를 실천하는 자들로서 좋은 예가 됩니다. 그들은 인간에게 마법을 전수해 준 자들이지만, 오히려 인간에게 정복되었으며, 그 남아있는 수가 많지 않습니다. 인간은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규칙을 세우고 따를 것을 강요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것은 거부하며 자신의 행위에 합리성을 부여합니다. 위쳐에 등장하는 마법의 세계와 '의외성의 법칙'은 인간 속성을 다른 피조물과 구분되어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자신의 처지도 어렵지만, 처음 본 인간을 최선을 다해 돕는 엘프



이야기의 시작은 인간이 아닌 자들이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인간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들의 욕심이 어지러운 세상을 낳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을 평정할 존재도 인간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알 수 없는 힘을 가진 인간, 시릴라 공주가 있습니다. 특별하고 강력한 힘을 느끼며 외톨이가 된 어린 공주 시릴라는 수많은 위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위쳐 시즌1은 시릴라를 쫓는 의문의 존재들과 위쳐의 이야기가 핵심 축이 됩니다. 시릴라는 자신이 가야 할 바를 알지 못하지만,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자신의 행동을 책임지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고대의 힘이 세상을 구원하는, 혹은 파멸시키는 중요한 열쇠인 것은 확실합니다. 과연 시릴라의 힘이 누구의 손에 들어갈지, 그리고 그녀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해하는 것은 위쳐를 보는 또 다른 재미입니다.


시리의 내면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장면



부모에게 버림받아 마법학교로(아레투자) 팔려간 예니퍼는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습니다. 그녀는 마법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으나, 이기적인 성격과 돌발 행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미워합니다. 그녀의 말과 행동에는 늘 계략이 존재하고 지나가는 곳마다 사건이 벌어집니다. 위쳐 게롤트는 의도치 않게 그러한 상황에 자주 휩쓸리곤 합니다. 예니퍼는, 잘못이 없는 자신을 괴롭히고 내쫓던 과거의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모든 잘못을 받아주고 자신을 늘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롤트로부터 보상받습니다. 예니퍼는 가슴 깊숙한 곳에 늘 게롤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으나, 이를 적절히 표현해 내지 못합니다. 그리고 게롤트가 자신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의심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과거의 상처를 다시 드러내는 것처럼 고통스러워합니다. 그래서 그녀의 공격성은 오히려 그녀의 아픔을 대변해 줍니다.


예니퍼, 그녀에게 마법 학교는 선택이 아니었다.



시릴라를 찾는 여정 속에서 게롤트는 수많은 괴물들과 전투를 벌이며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그 흔적은 그의 몸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상처들처럼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겨집니다. 그의 여정에 참여하는 시인이자, 연주가인 야스키에르는 그의 행적을 노래로 남겨 사람들에게 전파합니다. 자연스럽게도, 그의 노래가 이 드라마의 메인 OST이기도 합니다(Toss a Coin to Your Witcher). 야스키에르는, 그의 역할을 볼 때,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모든 관객들과 가장 비슷한 위치에 있습니다. 위쳐를 괴물이 아닌 따뜻한 존재로 바라보며 그를 진정한 친구라고 믿는 유일한 인간이자, 그의 업적을 찬양하며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하는 열성적인 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주요 인물들 중 가장 힘이 없는 인물이지만, 가장 관심이 가는 존재임은 분명합니다.


둘의 관계는 대체로 이 장면과도 같다.



드라마 위쳐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세상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각 주인공의 결정은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될 수도, 혹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인간의 공격성은, 마치 예니퍼의 것을 바라보는 것처럼 이해하며 넘길 수도 있습니다. 각 집단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받아들이는 관점도 다양할 수 있습니다. 공동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선과 악을 나누는 작품들과 달리, 위쳐는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관객의 관점을 보다 먼 곳에 두도록 유도합니다. 물론 자신을 어느 곳에 둘 지 선택은 자유입니다.


위쳐 시즌2, 2021년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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