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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 맘 Mar 01. 2021

수술실 그 비밀의 문에 들어서면

프롤로그

  

  수도권의 종합병원, 대학병원에서 수술실 간호사로서 9일했지만 지금은 아이 셋을 둔 주부입니다. 아직도 수술실 관련 꿈을 꿀 정도로 애착이 있고  다시 일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10년 가까이 일을 놓았었고 나이또 한 40대에 접어들었기에 결국 그 욕심은 생각만으로 만 끝이 날 것 같습니다. 그래서 9년 동안의 수술실 간호사로서 경험하고 느낀 소중한 이야기들을 더 잊히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늘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수술실 입구에 멋진 의사가 나와 보호자에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수술 잘 끝났습니다."

이렇게 말을 건네고는 사라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은 드라마나 영화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다. 늘 보호자가 그렇게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의사가 그렇게 멋지게 생긴 것도 아니며 설명을 완벽하게 하지 않는 의사도 여럿 있다.


  수술실이라는 공간은 신비의 탈을 쓴 수많은 직종의 사람들이 공존하며 생산 공장처럼 바쁘게 움직여지는 곳이다. 화려한 무영 등 조명 아래 멋진 광이 펼쳐질 거라는 생각은 일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1분 1초가 아까운 응급실보다는 틀에 짜인 편이지만 그 틀도 가끔은 깨지기 마련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 서로의 완벽한 얼굴은 볼 수 없지만 상대방의 눈빛만큼은 내 머릿속에 강렬하게 저장된다. 마스크 사이로  눈만 보이기에 그것만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이다. 수술실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간호사. 그들은 수술실에 없어서는 안 될 옥중의 옥(玉)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간호학과에 갔지만 꿈꿨던 대학생활이 아닌 고등학교 생활의 연속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중간에 휴학할까도 고민했고, 병원의 간호사가 아닌 간호직 공무원을 해볼까 잠시 방황도 했지만 결국 수술실 간호사라면 끝까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겨 4년 동안의 어려운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남들은 피만 보는 수술실에서 일하는 게 뭐가 그리 좋냐고 하지만 나에겐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잠재되어있는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수술실이었다. 수술실 간호사로서 크나큰 자부심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나에게 결혼, 출산, 육아는 조금은 견디기 힘든 일들이었지만 꿋꿋하게 잘 버티고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이런 마음들을 글로 표현하는 지금 나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너무 좋아했던 수술실 간호사로 경력을 쌓기까지 힘든 일들도 많았지만 그 일들조차 이제는 추억이 된다. 나보다 오래된 경력의 수술실 간호사들도 많고 현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의 경력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9년이지만 울고 웃었던 날들이 많기에 또 내가 그때를 너무 그리워하기에 지금부터 수술실 이야기들을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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